|
|

|
|
설요(薛搖)
|
|
2022년 04월 12일(화) 17:00 [주간문경] 
|
|
|

| 
|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봄이 왔습니다. 산수유는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었고, 매화는 이미 졌다는 소식입니다. 벚꽃도 반재이 도랑을 중심으로 만개하고 곧 진남교반을 하얗게 물들일 기세입니다. 이제 다른 봄꽃들도 제 순서에 따라 필 것입니다. 아니 요즘은 순서와 상관없다고도 합니다.
봄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들이 밝고 화사한 저 봄기운에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7세기 신라 시대에 설요(薛搖)라는 비구니 스님의 시(詩)가 대동시선(大東詩選)에 남아 전해지고 있습니다.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이할거나.”
이 시의 제목은 ‘세상으로 돌아가는 노래’ 반속요(返俗謠)입니다. 그녀는 신라인으로서 당나라 장군을 지낸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구름 같은 마음을 지니며 적멸에 통달하기 위해 승려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름답고 감성적인 그녀는 꽃 피는 봄날, 스물 하나에 찾아온 설레는 봄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이 시를 남기고 절을 떠납니다.
소설가 김훈은 수필집 ‘자전거여행’에서 이 시를 인용하며 7세기의 봄과 올봄이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꽃들이 해마다 새롭게 피었다 지고 지금은 지천으로 피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 이 봄은 세월이 바뀌어도 한결같습니다.
그런데 환속한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설레어 어찌하지 못하던 그 마음을 잘 다독거리며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궁금하지 않은가요. 시와 함께 소개된 그녀의 생몰사(生歿史)에는 그녀가 당나라 어느 장군의 첩(妾)이 되어 생을 마감했다고 하였습니다.
새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7세기에도 피었던 그 꽃들이 천지에 피어 설요(薛搖)가 된 듯 설레게 합니다. 그러나, 설요처럼 반속요(返俗謠)를 지어 삶을 바꾸려하지 않습니다. 다만, 천지에 핀 봄꽃을 보고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를 어이할거나.”라고 탄식할 뿐입니다.
이쯤에서 다시 그녀의 생을 좀 더 들여다봅니다. 그녀는 스물한 살 봄날에 환속했습니다. 그리고 당나라 장군 곽원진의 첩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그녀의 아름다움과 문학적 재능 등으로 사내로부터 사랑을 받습니다.
사내는 승승장구하여 병부상서, 당나라의 재상에 오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병을 얻고 서른세 해가 되는 4월의 봄날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속(離俗)입니다. 사내는 그녀의 무덤에 자신의 아내였음을 확인하는 묘비명을 세워 주고 통곡합니다.
그녀의 환속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나는 이속(離俗) 또한 반속요(返俗謠)의 그것처럼 우리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게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꽃이 지고 다른 꽃들이 피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나온 봄들이 그러했듯이 이번 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곁을 떠날 것입니다. 사실 그녀를 설레게 했던 봄도 잠시였을 뿐입니다.
그렇더라도 우리에게 찾아온 이 설레는 새 봄을 기쁘고 즐겁게 바라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또 탄식하여 봅니다.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를 어이할거나.”
|
|
|
|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간문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간문경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간문경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