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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없는 우물집

2021년 10월 19일(화) 16:13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집을 지을 때 우물을 메우지 않고 그 위에 지었다네.”

안해와 함께 집을 둘러보았다. 그 집은 돌아가신 처고모님 집이었다. 집은 큰 도로가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이 집은 콘크리트와 벽돌로 지어졌다. 평소에는 이곳을 지날 때에 무심히 지나가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었다. 아마도 누군가로부터 이곳에 우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 인 듯했다.

지금의 건물이 있기 전에는 이곳에 작은 한옥 한 채가 있었다고 했다. 툇마루가 있는 집 마당가에 우물이 있었는데, 그 우물은 집주인만 사용하지 않았다. 물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어서 이웃들과 나누어 사용했다고 한다.

1970년대 무렵인 것으로 기억된다. 점촌이라는 지명이 붙게 된 이 주변은 크고 작은 한옥들이 적지 않았었다. 중학교 다닐 때였다. 담임선생님 심부름으로 친구네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집은 마당 깊은 한옥이었다.

여러 채의 한옥이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 마당 한쪽에 우물이 있었다. 늦은 여름 오후 한나절 동안 볕을 받은 우물은 고적해 보였다. 한옥과 마당의 우물, 그 풍경들이 인상적이었던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옥의 별채에서 친구 어머니가 나왔다. 인사를 하고 볼일을 본 뒤 돌아서 나왔다. 그 후 그때의 우물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처고모네 집의 우물이 궁금했다. 처사촌오빠에게 부탁을 했다. 그는 그때의 우물이 지금도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좁은 터에 새 건물을 지으면서 우물을 없애지 않았다는 사실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해도 그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어쨌던 우물이 보고 싶었다.

그의 안내로 안해와 집 뒤로 갔다. 뒤에 집 벽에 작은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은 건물의 바닥과 1층 작은 방을 우물이 있는 자리만큼 띄어서 만들었다. 1미터 내외의 공간이었다.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 보았다. 정말 우물이 있었다.

“그 당시 옆집이 과자공장을 하고 있어서 물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랬다. 이 우물은 처음부터 주인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주인인 처고모님은 집을 짓기 전부터 이웃들과 물을 나누어 사용했었고 새집을 지으면서도 불편을 감수하고 옆집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 우물은 사람들을 위한 공공의 자산이었던 셈이다.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물물은 이웃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양분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것은 주인이었던 처고모님의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려고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우물은 그때의 몫을 이제는 할 수 없지만 아직 자신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 했다. 말없이 그 자리에 남아 우리에게 그때의 이야기와 사연들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그 건물은 우리와 인연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안해와 함께 ‘아름다운선물 101’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성인이 될 때까지 매월 좋은 책을 보내주고 있다. 가끔씩 형편이 되면 그들에게 장학금도 보내주고 있다.

이제 그와 같은 일들이 여기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누구든지 이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지역 문화와 관련된 것들을 보고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또한 이곳에서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오래 전 이 집의 우물이 이웃들에게 자양분의 역할을 하였듯이 말이다.

살펴보면, 지금의 우물은 그때의 우물이 아니다. 그래서 우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처고모님이 이 집의 우물물을 나누어준 아름다운 마음과 그 뜻은 아직도 남아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저 집을 “우물 없는 우물집”으로 부르고 싶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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