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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정(棣華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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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20일(금) 16:54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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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우리 문경에는 적지 않은 정자가 있다. 2000년도에 문경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에서는 향토사료 제15집 ‘문경의 樓·臺·亭·齋(누대정재)’를 발간한 적이 있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각 읍면동에 일흔일곱 개의 정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읍면동별로 남아있는 정자의 수를 비교해보면 지역적인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편의상 영강을 기준으로 -이 분류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우리 지역을 나누어보자.
우선 조령천과 소야천, 양상천은 영강의 원류가 되므로 문경읍과 가은읍 그리고 농암면과 마성면, 시지역 등을 강서(江西)로, 산북면과 산양면 그리고 영순면, 동로면, 호계면 지역을 강동(江東)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때, 산북과 산양 그리고 영순면 등 세 곳에 월등히 많은 정자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세 지역의 정자 수는 47개인데, 우리 문경시 전체의 절반이 넘는 정자가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2000년도 조사 기준으로 산양면에 스물한 개, 산북면에 열네 개, 영순면에 열두 개의 정자가 있다. 그런데, 문중의 제사를 지내는 재사(齋祠)의 수에 있어서는 영순면이 산양면을 앞서는 특징이 있다.
영순면은 산이 많고 높은 대부분의 다른 읍면과는 많이 다르다. 김용에서부터 달지와 율곡 및 말응에 이르기까지 눈높이 이상으로 마주하는 산을 보지 못한다. 언덕처럼 낮은 구릉 같은 산들은 봄날에 따뜻이 등을 감싸던 뒷동산을 연상하게 한다. 그 구릉의 안과 밖은 넓은 들로 가득하다. 들이 넓다는 것은 주위에 물이 풍부하다는 반증이다.
그랬다. 이 지역의 지명은 물과 관련이 많다. 늪이 있다고 하여 달지(達池)라는 마을 이름이 정해졌고, 마을에 물이 넘치기 전 많은 개미가 이동하는 것을 보고 개미마을, 즉 의곡(蟻谷)으로 불렀다. 일설에 의하면, 마을에 홍수가 났을 때 하늘에서 본 마을의 산봉우리 다섯 개를 다섯용에 비유하여 오룡(五龍)으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물산(物産)이 넉넉하고 지세(地勢)가 온화하면 좋은 인물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영순면에는 부림홍씨와 개성고씨 그리고 진주강씨 등과 같은 문중이 번성하여 지금까지 정자와 재사가 많이 남아 있다.
영순면의 정자들 가운데,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무림정사와 고개 마루에 위치한 간산정(艮山亭), 강을 바라보는 백석정(白石亭)은 경관을 포인트로 하였으나 다른 정자들은 대부분 마을과 함께 있다.
부림홍씨 문중의 체화정(棣華亭)도 그렇다. 낮지만 깊은 산 아래에 위치한 독무지 마을(율곡1리)은 전혀 낯선 곳이었다. 순조21년(1821년)에 홍낙원 여섯 형제가 학문을 궁구하며 강론하던 자리에 1966년 후손들이 다시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쇠락하여 출입조차 어렵다. 잡목과 풀이 무성한 정자를 보는 일은 겨울의 낙조와 같다.
“노인들만 마을에 남아 있어 정자 관리가 어려워요.”
잠시 일을 하던 마을 할머니가 안타깝듯 하는 말이었다. 부림홍씨 집안이라고 스스로 밝힌 할머니의 얼굴에서 가문에 대한 긍지가 잠시 엿보이는 듯 했다. 무언가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마을 뒤를 돌아왔다. 산 아래 넓은 들녘이 강 끝까지 펼쳐졌다. 그 옛날 부림홍씨들은 인근의 함창들까지 사들여 자손 번창과 학문 배양의 토대로 삼았다.
강을 막은 제방을 따라 갔다. “청산재길”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청산재(靑山齋)”, 문광공 홍귀달 선생의 아들 ‘우암(禹庵) 홍언충’의 재사(齋祠)이면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83호다. 우암은 의(義)와 충(忠)의 올곧은 조선의 선비를 떠올리는 전형적인 상징과 같은 이름이다.
그래, 저 이름만으로도 체화정에 대한 아쉬움을 위로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영강 너머 시내(市內)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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