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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이

2021년 07월 30일(금) 16:59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아기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눈, 올망졸망한 코, 고사리 같은 손, 앙증맞은 발, 하얀 투명한 살결의 아기가 나를 보았다. 아기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아니, 내가 아기에게 무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아기가 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나는 매일 아기와 대화를 하였다.

매일 하루를 마감하면서, 나와 인연된 새로운 생명의 이어짐에 감사하며 건강한 아기의 탄생을 축복했다. 그리고 기도하였다.

“네 엄마와 함께 건강과 지혜 그리고 덕성(德性)이 가득하기를”

그 기도는 하루도 빠지지 않았고, 아기가 세상과 대면하고서도 얼마를 더 이어갔다. 그래서 아기를 보며 왠지 친근한 듯 이렇게 인사할 수 있었다.

“안녕, 유안아~”

아기의 이름은 유안이였다. 아버지가 내게 첫 아들의 이름을 짓게 했듯이 나도 아들에게 작명을 맡겼다. 아들은 몇 차례 고심하더니 맑을 유(瀏)에 편안할 안(晏), 유안(瀏晏)이로 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아기를 유안이라 불렀다. 아기는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몇 달이 지났다. 유안이는 머리가 더 커지고 머리카락도 조금씩 길어졌다. 정말 인형 같던 손도 내 손가락 하나를 잡을 만큼 되었다. 그러나, 다리보다 머리와 몸이 더 커 보이는 모습은 여전했다.

그런데, 어느 날 누워 있기만 하던 아기가 자신의 몸을 뒤집었다. 그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과정의 하나였지만 우리는 기뻐했고 웃음과 박수로 응원하였다. 아기는 엄마 아빠의 사랑과 우리들의 격려로 앞으로 더 나아갔고 얼마 뒤 ‘뒤집기’는 별일 아닌 일상이 되었다.

“유안이가 이가 났어요~. 그것도 두 개씩이나”

어느 날, 아기를 안고 집에 들어온 제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부터 이유식을 하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치아 두 개가 생겼다는 것이다. 과연 그랬다. 아래쪽에 치아가 투명한 연분홍색 잇몸 위로 보였다. 이때쯤이면, 모든 것을 입으로 해결하려고 든다. 손에 잡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을 입의 감각으로 확인하려는 것이다.

아기가 우리 집에 오면 거실에서 차 한 잔 여유롭게 마시는 게 쉽지 않다. 조금만 방심하면 찻잔들이 제 자리에 있지를 못하는 일이 매번 일어난다. 그래서, 아기와 함께 있을 때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부터 아기와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생겼다. 아기가 집에 오면 반갑게 안으려고 하는데 간혹 무슨 일에선지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때가 있다. 그러면 웃으며 손뼉을 치며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애를 쓴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마음이 좋지가 않다. 아기의 눈치를 보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웃곤 한다.

아기가 웃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좋다. 눈웃음과 함께 까르륵거리며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은 우리들을 기쁘고 즐겁게 한다. 그래서 아기의 웃음을 자꾸 기대하는 것이다.

이제 아기는 손을 잡아주면 스스로 일어선다. 그리고 의지할 것이 있으면 몇 발자국 걸음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곧 걷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며칠 전이었다. 유안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 품에 안기려고 하였다. 이제 우리와의 만남에 익숙한 듯 기대했던 웃음도 한껏 보여주었다. 저녁이 되어 돌아갈 시간이 되어 유안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차에 먼저 탄 제 엄마에게 유안이를 안겨주려는데 갑자기 우리를 보고 크게 울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순간 당황스러웠다. 유안이도 지금의 이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듯했다. 안심시키듯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 그때 유안이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차가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슴에 남아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여름 달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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