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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소유명(德昭惟明)

2021년 03월 30일(화) 16:31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봄이다. 청사(廳舍) 앞 정원에 하얀 목련꽃이 피었다. 모과나무 가지에도 연두색 새잎이 돋아났다. 따스한 봄볕이 창문에 내려앉은 봄날의 오후, 청사 안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관공서처럼 우리 청에도 여러 곳에 지역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층 입구 로비의 좌우 벽에는 큰 액자가 한 개씩 걸려있는데, 오른편에 한문 서예 작품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德威惟畏 德昭惟明(덕위유외 덕소유명)”이다. 예서체로 쓴 서예가 소파 윤대영 작가의 글씨다. 언제나 그렇지만, 저 “덕(德)”은 마음을 평화롭게 함과 동시에 화두처럼 읽히는 글자이다.

잠시 저 글씨를 뒤로하고 복도 한 켠에 걸려 있는 다른 서예 작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진”이라는 제목의 한글과 그림이 접목된 작품인데 작가 이름이 낯익었다. 월석(月夕) 강상률, 그는 문경문협회원이면서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경북 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으로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이다. 특히, 그는 민조시(民調詩)라고 부르는 시조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민조시는 3,4,5조의 전통음률에 6조를 더했다. 그는 호국(護國)시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몇몇의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삼층 계단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오래된 낡은 벽장에서 꺼낸 빛바랜 화첩같은 작품이 보였기 때문이다. 잎마저 말라버린 가을의 끝에서 거두어들인 호박 그림이었다. 우리 지역의 박한 화백의 작품이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로서 호박화가라고도 유명하다.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인 다재다능한 작가이다.

삼층 복도에 사진 작품이 눈에 띄었다. “손바닥란(蘭)”이라는 제목의 난꽃 사진이다. 작가는 우리 지역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호 사진작가다. “백두산”, “천지” 등 다수의 작품들이 민원실 등 여러 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청사에는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에서 이처럼 우리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우리 지역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도자기 작품들이다.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는 현관 로비에 “문경요, 영남요, 조선요, 관음요, 뇌암요” 등의 문화재급 도예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는 우리 문경을 대표하는 상징과 같은 존재들이다.

얼마 전 부속실을 찾았다. 그런데 문 안쪽에 큰 사진이 붙어 있었다. 전에는 없었던 사진이었다. 자세히 보니, 우리 문경의 명승 구곡원림(九曲園林)의 풍광들을 조합한 사진이었다.

“몇 년 전에 근무했던 청장님이 좋다고 해서 계속 붙여놓고 있어요.”

궁금해 하는 나에게 직원이 하는 말이었다. 저 사진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문경의 구곡원림을 쉽게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면, 복도와 로비 등에 전시된 문경 작가들의 작품에 버금가는 역할을 저 사진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사를 둘러보고 다시 이층 로비를 찾았다. “덕(德)”으로 시작하는 예서체의 평안하면서 화두 같은 글씨를 한 번 더 보았다. “德威惟畏 德昭惟明(덕위유외 덕소유명)”은 “덕으로 위엄을 삼아 두렵게 하고, 덕으로 밝음을 삼아 밝게 하다.”라는 뜻이다. 출처는 서경(書經)이라고 한다.

그렇다. 무릇 행동의 근본과 끝은 저 덕(德)이다. 그럼에도 아직 스스로를 지켜 줄 위엄이 적고, 보다 주위를 밝게 하여 사람들의 의지가 되지 못함은 솔직히 덕이 부족한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하루를 살면서 덕이 없음을 홀로 부끄러워할 따름이다.

반재이 도랑가에 필 마법 같은 벚꽃이 기다려지는 봄날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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