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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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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19일(금) 22:02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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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돈달산 아래 이층 집, 그 집은 아버지가 지으셨다. 교직에서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때 갓 태어난 손자를 안겨드린 아버지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자손들을 위해 새집을 지으시는 게 어떠세요.”
아버지는 며칠을 고민하더니 매물로 나왔던 앞집을 사들였다. 그리고 수소문하여 일가친척 중에 솜씨 좋은 목수를 불렀다. 어느 날 집을 들렀더니 방 한 칸 정도의 크기만 남겨놓고는 옛집과 앞집이 사라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쓰러질 것 같은 방 한 칸 정도만 남겨놓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막걸리를 즐겨 드셨다.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새집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한껏 즐거워하셨다. 그렇게 의욕에 넘치던 모습은 이때까지 보지 못하였다.
옛집의 감나무를 대문 앞쪽으로 옮겨 심은 뒤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마당이 포크레인에 의해 파여 졌다. 아버지는 도면을 들고 직접 작업을 독려했다.
때로는 목수와 다투었고, 목수와 함께 술을 마셨다. 어머니는 일하는 이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했다.
어느 날이었다. 전혀 공간 구분이 되지 않던 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방에 문틀이 세워지고 벽돌이 밑에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큰 대들보가 들어왔다. 동네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들은 옛집이 무너지고 새집이 올라가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아버지는 집의 평안과 가정의 화목 그리고 번영을 기원하고자 했다. 글씨 잘 쓰는 이를 부르셨다. 글씨 쓰는 이는 대들보에 먹물을 찍어 반듯한 글씨로 상량문을 써내려갔다. 대들보가 위로 올라갔다. 큰 대들보 하나가 점점 작아지더니 마지막 하늘을 막았다. 나는 거실로 보이는 자리에 서서 잠깐 캄캄했다.
김용택 시인은 그의 시 “아름다운 집, 그 집”이라는 시에서 그의 아버지가 집을 짓던 장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 머리통만한 흙덩어리를 만들어/ 지붕 위로 휙휙 던졌다./ 흙덩이들이 지붕 가득 날아올라/ 점점 하늘을 막았다./ …(중략)…/ 공만한 흙덩이 하나가/ 마지막 하늘을 막았다./ 나는 큰방 자리에 서서/ 잠깐 캄캄했다.”
외장은 적색벽돌로 둘러쌓았다. 창문이 들어오고 각 방마다 문이 달렸다. 천정(天頂)에 등(燈)이 달렸다. 아, 아버지는 그 전에 나를 불렀다.
“천정에 달린 등은 네가 골라봐라.”
아무것도 돕지 않고 잠깐 들여다보고서는 평(評)만 하던 아들의 마음을 다독이고자 하셨음이 분명하다.
아버지는 이층을 올렸다. 이층 옥상에 두텁게 많은 시멘트가 뿌려졌다. 그것은 아버지의 집이기 때문에 그랬다. 당신의 아들과 손자들이 오랫동안 안전하고 평안한 집에서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옥상 둘레에 빨간 기와가 얹어졌다. 그것은 집의 마무리를 의미했다.
그 집에서는 산이 보인다. 돈달산이다. 매일 새벽녘이면 산과 인가에 머물던 새들이 그 집 마당을 찾는다. 아침마다 마련해주는 헌식(獻食)과 숨은 벌레들이 마당에는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집에서 막내아들이 태어났다. 집 지을 때 아장아장 뒷짐을 짓고 할아버지를 흉내 내던 큰아들은 그 집에서 더 자랐다. 아이들이 크고 세월이 갔다. 세월이 더 흐른 후 아버지는 그 집 큰방에서 영면하셨다.
좀 더 세월이 흘러 큰아들은 결혼을 하여 이제 자신을 닮은 제 딸을 낳아 할아버지가 거닐던 마당을 가로질러 종종 집으로 들어온다. 막내아들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성큼성큼 마당을 건너뛰듯 그 집에 들어온다.
이제 우리들도 아버지가 집을 짓던 그 연치(年齒)에 다가가 있다. 아, 아버지가 지으신 아름다운 집, 그 집에서 우리는 지금도 산다.
※ 이 글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의 시 ‘아름다운 집, 그 집’에서 제목과 일부 표현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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