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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대정재(樓·臺·亭·齋)

2021년 03월 09일(화) 16:12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몸이 더 안 좋아요. 무릎까지 아프네요.”

설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전화로 안부를 여쭈었다. 주암정의 채훈식 할아버지는 전화기 너머에서 이렇게 답을 대신했다.

할아버지는 오랜 동안 지병인 허리 때문에 고생을 해왔다. 그렇지만 정자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은 어쩌지를 못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정자였다. 그리고 정자 마루를 닦고 구석구석을 청소하였다. 정자 앞 연못과 잔디를 손질하고 꽃과 나무를 돌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요즘도 여전히 손님들이 찾아오곤 해요.”

배 모양을 닮은 바위 위의 주암정(舟巖亭)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정자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꾸준하다는 소식이다.

몇 년 전 주암정을 사랑하는 지역 사람들이 ‘주암정사랑회’를 만들었다. 지금 주암정의 보존과 관리 그리고 활용방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주암정사랑회’ 덕분에 주암정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정자이면서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다른 정자들은 어떨까. 2000년 문경문화원에서는 향토사료 제15집‘문경의 樓․臺․亭․齋’(누대정재)를 발간하였다. 향토사료집에는 지역에 있는 정자와 재사(齋舍) 등에 대해서 읍면별로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문경읍에는 새재의 교귀정을 비롯하여 경송정과 길은정 등 세 곳이, 가은읍에는 선유구곡의 완성처인 구곡에 위치한 학천정을 비롯하여 칠우정 등 일곱 곳의 정자가 있었다.

이밖에 농암면과 산북면에 일곱 곳, 산양면에 열아홉 곳, 호계면에 여섯 곳, 영순면에 백포의 백석정을 비롯하여 열두 곳, 마성면에 봉생정 한 곳, 동로면에 네 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유심히 들여다 볼 곳은 산북면과 산양면이다. 이 지역은 금천을 중심으로 비옥하고 넓은 토지와 아름다운 풍광들이 있다. 옛사람들은 이곳에서 유교적 인문(人文)을 넓혀 지역문화의 지평을 확대하였다. 그래서, 구곡문화(九曲文化)가 발달하여 곳곳에 정자(亭子)가 세워졌다.

근품재 채현이 경영한 석문구곡은 대표적인 구곡이다. 구곡 중 정자와 관련된 곳이 다섯 군데다. 청대 권상일이 고향에서 유유(悠悠)하며 자적(自適)했던 농청정(弄淸亭)은 일곡(一曲)이다. 그리고 배를 닮은 주암은 이곡(二曲)인데, 지금의 정자는 1944년에 지어졌다. 그러나, 주암 채익하가 이곳을 경영하던 그때에 정자에 준하는 기거처가 있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현재의 우암정이 있는 삼곡(三曲), 반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는 6곡, 구곡의 끝이면서 유교의 이상향이 펼쳐지는 경계에 있는 석문정 등은 정자와 관련이 있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정자와 함께 자연적 풍광과 유교적 이념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문경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에서는 2021년 향토사료집으로 ‘문경의 樓․臺․亭․齋’(누대정재)를 새롭게 발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왜 다시 정자일까.

“2000년도 이후 정자가 훼손되어 없어진 곳이 다수 있고, 그때의 기문(記文) 해석에 착오가 발견되는 등 재발간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창녕 향토사연구소장은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산양면 과곡에 여러 개의 정자가 있는데 지금 허물어져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랬다. 2000년 첫 발간에서도 사라진 정자와 누․대 그리고 재사가 적지 않았었다. 하물며 지금은 어떨까. 정자는 조선시대 유교문화를 실현하는 선비들의 적정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부족으로 사라졌거나, 훼손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향토사료집 발간에 맞추어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주암정처럼 사랑받는 정자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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