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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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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11일(금) 16:37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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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국가를 통치하고 사회를 조정하며 인간을 관리함에 있어 주체는 사람이고 수단은 제도(制度)이다. 그러면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인간사회의 초기였던 원시시대에는 제도라는 것이 미처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모든 것이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씨족부락(氏族部落)이 생기고 부족사회(部族社會)로 발전하며 민족국가(民族國家)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제도라는 것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필요에 의해 조직이 구성되고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점차 통치의 체제를 갖추어 가게 되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양은 일찍부터 사람을 더 중시하는 사상이 더 우세하였으나, 서양은 법령 등의 제도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동양에는 ‘자신을 닦고 집안을 바르게 다스린 다음에 나라를 옳게 통치하고 천하를 평화롭게 만든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인본사상(人本思想)이 강조되어 있고, 서양에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Keep in Rome the Roman law)’는 법치주의(法治主義)가 우선하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유학자로서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荀子, 298?~238? B.C.)가 지은 ≪순자≫라는 책의 군도편(君道篇)에 ‘유치인 무치법(有治人無治法)’이란 말이 있다. 다스리는 사람은 있으나 다스리는 법은 없다. 즉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지 법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중국 사서(四書)의 하나인 ≪중용(中庸)≫의 제20장에 ‘정치를 하는 것은 사람에 있고 사람을 택하는 것은 임금에게 있다’ 라는 공자(孔子, 552~479 B.C.)의 말씀이 있다. 이들 모두 나라를 올바로 다스리는 요체는 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있음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진시황(秦始皇, 259~210 B.C.)은 중국을 통일한 후 승상(丞相)인 이사(李斯, ?~208 B.C.)의 법률만능주의를 받아드려 수많은 법을 만들어 백성을 무척 불편하게 만들었다. 진시황이 사망하자 세상은 혼란에 빠졌고 진나라는 3대 14년(221~207 B.C.)만에 멸망하고 말았다.
유방(劉邦, 247?~195 B.C)은 일찍이 진나라 수도 함양(咸陽)을 점령했을 때, 백성들에게 진의 복잡한 법률을 모두 없애고 간단한 법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한(漢)나라를 세우고 고조(高祖)가 되어서 약속한대로 간략한 법을 만들었으니 약법삼장(約法三章)이 그것이다.
제1장 사람을 죽인 사람은 죽는다[殺人者死, 살인자사] 제2장 사람을 상케 한 사람과 도둑질한 사람은 죄를 받는다[傷人反盜抵罪, 상인반도저죄] 제3장 나머지 진나라의 법은 모두 없애버린다[餘悉除去秦法, 여실제거진법]. 만 백성이 기뻐하고 승복하는 가운데 이 간략한 법만 가지고도 전․후한(前後漢) 합쳐 422년간(202 B.C.~220)의 왕업(王業)을 이어갔던 것이다.
외국의 좋은 법조문을 빌어다가 쓰도 통치자와 백성의 자질이 낮으면 혼란에 빠지게 되고 망하기도 쉽다. 우리나라도 해방 후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제국의 법제(法制)를 많이 도입하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시행했지만 숱한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초래했던 것이다. 사람이 이러한 법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법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훌륭한 인간을 만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국가 형성의 초기단계에 있어서는 시대가 영웅을 만들기보다는 영웅이 시대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즉, 시조영웅(時造英雄)보다는 영웅조시(英雄造時)가 더 일반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국가가 커지고 국민이 많아지며 사회가 복잡해지게 되면 법률로 규정되는 제도적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며, 국가통치나 사회관리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사람의 능력만이 아닌 장대한 제도의 효율성에도 크게 의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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