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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두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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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21일(토) 09:29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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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박쥐는 비행동물(飛行動物)로 쥐와 비슷하며, 야간활동성을 가지고 갑충·나비 등을 포식하는 짐승이다.
나뭇잎이나 동굴벽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밤에 나가 먹이를 구하며, 집박쥐·귀박쥐·애기박쥐·털보박쥐·참관(冠)박쥐·조복성(趙福成)박쥐 등의 120여종이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
한자로는 편복(蝙蝠), 비서(飛鼠), 천서(天鼠), 선서(仙鼠), 복익(伏翼) 등으로 쓰이고 있다. 박쥐와 관련하여 특기할 만 한 이야기는 조복성(1905~1971)이란 사람이다. 그는 평양 출신의 동물학자로서, 1924년 평양고보(平壤高普) 사범과(師範科)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가서 국민정부의 문물보존위원회(文物保存委員會) 연구원이 되었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국립과학박물관장에 취임하였고, 후에 성균관대학 및 고려대학의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동물도감나비류(類)≫라는 저서를 남겼다. 한국의 특산종인 붉은 박쥐의 존재를 밝히고 그 학명(學名)을 ≪조복성박쥐(Myotis formosus chofukusei)≫ 라 명명하고 국제적 공인을 받았던 것이다.
동․서양에 공히 다음과 같은 박쥐에 관한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아주 먼 옛날, 지상을 기어 다니는 동물과 하늘을 날라 다니는 새들 간에 큰 전쟁이 벌어졌다. 전투가 동물에게 유리해지자 박쥐는 동물팀에 가담했다. 동물들이 너는 새가 아니냐고 묻자, “나는 땅을 걸어 다니고 쥐와 같다고 해서 한자 이름에도 쥐란 뜻의 ‘서(鼠)’자가 들어있습니다”고 하여 그대로 묵인했다.
얼마 후 새들이 우세한 입장에 놓이니, 그 박쥐는 슬그머니 새들의 진지로 넘어왔다. “너는 조금 전까지 동물편에 서서 우리를 공격해 왔는데, 어찌 이리로 왔느냐? 스파이가 아니냐?”하고 따지는 동물들에게 그 박쥐는 매우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보시다시피 나는 날개도 있고 공중을 날기도 잘 합니다. 동물들이 나를 새라고 하면서 간첩이 아닌가 하여 죽이려 하기에 몰래 도망쳐 왔습니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여 받아드렸다. 이렇게 박쥐가 양진영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서로 화해를 하여 전쟁을 중단하고 서로 화목하게 되었다. 동물과 새들은 뒤늦게 박쥐의 이중적 처신을 알아차리고 크게 비난하고 질책하였다. 이에 박쥐는 창피하고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여 동물과 새들이 나다니는 낮에는 얼굴 들고 다닐 수가 없어 그늘진 곳에 숨어 있다가 그들이 모두 잠자는 밤중에야 몰래 나와 먹을 것을 구하려 다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쥐의 두 마음’이란 말은 우세한 쪽에만 붙는 기회주의자의 교활한 마음을 일컬으며, 따라서 박쥐를 기회주의자의 대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박쥐구실, 곧 편복지역(蝙蝠之役)이라는 말은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하며 지조 없이 행동함을 비유하는 사자성어이다. 때로는 낮에는 쉬고 밤이면 나와 활동하는 사람을 박쥐족 또는 박쥐오입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제 시대 때, 친일(親日)을 하여 높은 벼슬을 하고 부유한 생활을 하다가 해방 후에는 다시 한국정부에 충성하여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이 많았다. 참으로 얼굴 두터운 박쥐의 대표적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6․25동란시는 깊은 산 속에 빨치산 유격대가 많아서,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은 낮에는 국군과 경찰의 지시에 따르고 밤에는 인민군 잔당에게 밥을 해 줘야 했던 것이다.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박쥐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이나 기업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학자나 문화인 같은 지성인까지도 박쥐와 비슷한 처신을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박쥐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의 출세와 치부를 위한 방책으로 일부러 찾아서 박쥐 노릇을 하는 사람도 허다하다.
가능한 한, 박쥐같은 역할을 하지 아니해도 생존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국가체제와 사회풍토가 확립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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