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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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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20일(화) 16:28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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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구렁이라는 큰 뱀이 있다. 깊은 산 속, 큰 나무 위, 집 근처 으슥한 곳에 살고 있는 육식파충류(肉食爬蟲類)이다. 집을 지켜주는 영물(靈物)이라 하여 함부로 죽이지 않으며, 전설이나 구전(口傳)으로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한다.
어릴 때 고향 마을에서 내가 직접 겪은 실화 한 가지를 소개코자 한다.
내가 살던 30호 정도의 조그마한 농촌 마을에 삼남 일녀의 자녀와 함께 자족할만한 논밭을 가지고 비교적 유복하게 살아가는 중년 부부가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던 시기에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그 댁의 막내아들은 중학생이었다.
집 뒤안의 높은 곳에 닭장을 얹어놓고 닭들이 알을 낳게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계란이 없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누군가 매일 와서 몰래 훔쳐간다고 생각한 그 집 가족들은 그 범인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초등학생이었던 나를 지목했다.
나를 범인으로 지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그동안 동네에서 아이들을 몰고 다니면서 나쁜 짓을 많이 한 문제아였다. 남의 집 마당의 과일 따기, 밀서리, 수박서리, 참외서리, 나를 비난한 집의 가족을 애먹이거나 마당에 뱀 던지기 등의 못된 짓을 꽤 오랫동안 자행했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는 문제아의 굴레에서 벗어나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나에게 도둑의 누명을 씌웠으니,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했겠는가?
극구 변명하고 결백을 주장했으나 듣지 않고 그동안 없어진 계란을 변상하라는 것이었다. 범행에 가담한 듯한 아이들은 부모에게 매를 맞고, 나도 집에서 호된 꾸지람을 들었으며, 이제 모범생이 되고자 애쓰던 나에게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극단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이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실제 범인을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어느 일요일에 동네 아이들과 함께 그 집 울타리밖에 숨어서 뒤 안에 있는 닭장을 감시하였다. 오후 무렵 그 집 뒤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높은 미루나무에서 큰 뱀 한 마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2m가 넘는 긴 구렁이었다. 닭장으로 올라가더니 계란을 다 먹고 나서 다시 그 미루나무위로 올라갔다.
이를 본 우리는 너무 놀라서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날 저녁에 그 댁에 가서 범인의 실체를 이야기했다.
구렁이 두 마리가 미루나무에 살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계란을 훔쳐 먹는 줄은 몰랐다고 하며, 나에게 오해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였다. 중학생인 막내아들이 어느 날 나를 불러 함께 그 뱀을 죽이자고 하기에, “그렇게 큰 뱀은 죽이면 안 됩니다. 혹시 용(龍)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했으나,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구렁이 살해를 결행하였던 것이다.
어느 날 우리 둘과 그 집에 있던 아주 큰 개 등 셋이서 전투준비를 하고 대기했다. 드디어 그 구렁이가 마당에 내려오자 개를 풀어놓았다. 얼마동안 싸우더니 개가 밀리기 시작하기에 우리 둘은 몽둥이로 뱀을 때리며 합세했다. 조금 후 그 뱀은 죽었다. 새끼로 묶어 뒷산 골짜기로 끌고 가 땅속에 묻어주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두 거루의 미루나무를 베어버렸다. 다른 한 마리의 구렁이는 자기 짝이 죽는 것을 보고 멀리 도망간 것 같았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구렁이와 치열한 결투를 치루었던 그 집의 큰 개가 미치게 되었다. 위험하여 끈으로 묶어 놓았는데, 밥을 주던 안주인을 물었다. 물린 안주인도 미치게 되어 골방에 감금되었다. 얼마 후 먼저 미친개가 죽었고 다음에 미친 안주인이 죽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그 집의 가장도 죽었다.
3남 1녀의 자녀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 집은 다른 사람에게 팔려갔다. 동리 사람들은 구렁이의 복수로 그 집이 망하게 되었다고 했다. 옛부터 집에 있는 구렁이는 ‘집지킴이’라고 하여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그 때 그 뱀을 죽이지 않고 닭장만 앞마당으로 옮겨놓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미물도 오래 살아 나이가 많으면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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