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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발 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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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09일(금) 16:16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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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우리가 단발령이라 하면 두 가지 경우가 생각난다. 하나는 고개 이름으로서의 단발령(斷髮嶺)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를 깎으라는 명령으로서의 단발령(斷髮令)이다. 모두가 슬픈 비극을 지닌 역사의 현장들이다. 앞의 것은 신라말․고려초의 일이고, 뒤의 것은 조선조 말기 고종 때의 사건이다.
신라의 56대 왕인 경순왕(敬順王)의 장남인 김일(金鎰)은 태자로서 다음 왕위를 물러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경순왕은 국제정세의 불리함을 깨닫고 더 이상의 군사적 희생을 막기 위하여 신라를 들어 고려 왕건(王建)에게 바치니, 이가 곧 935년의 신라 멸망이었다. 왕건은 경순왕에게 자기의 장녀인 낙랑공주(樂浪公主)를 주어 경주의 사심관(事審官)으로 살아가게 하였다.
태자 김일은 임금 자리도 잃고 애인인 낙랑공주는 아버지에게 빼앗기고 나서 실의에 차서 금강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천마산(天摩山) 고개에 오른 그는 동쪽의 금강산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그리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베옷을 입고 나물만 캐먹다가 그 속에서 죽으니, 후세 사람들이 그를 일러서 ‘베옷 입은 태자’, 곧 마의태자(麻衣太子)라 하였다. 그리고 그가 머리를 깎았던 1,241m 높이의 고개를 ‘단발령’이라 이름 지어 불렀던 것이다.
한편 고려 태조 왕건도 만년에 임금의 자리를 아들에게 넘겨주고 이 곳 단발령에 와서 머리를 깎은 후 금강산으로 들어가 중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전후 사정과 서거 연도 및 왕릉 위치 등을 고려해 보면 이는 전혀 신빙성이 없는 지어낸 설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한 많은 단발령에 검은 머리 풀어 쥐고/한 없이 울고 간다 한 없이 울고 간다/아-아-아-아-아-아- 정든 님아 잘 있거라’라는 단발령의 주제 가요는 마의태자를 주인공으로 한 대중노래이다. 이와 같이 금강산을 바라보고 있는 천마산의 단발령은 신라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마의태자의 눈물로 얼룩진 한 맺힌 고개였던 것이다.
조선조 고종(高宗) 32년이었던 1895년 11월 15일에 상투를 자르고 머리를 깎도록 한 국가의 명령이 내렸으니, 이것이 바로 단발령(斷髮令)이었다. 그 전 해에는 동학란이 발발했고, 그 해에는 덕수궁에 첫 전등이 가설되고 일본에 의해 민비(閔妃)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국제적으로는 일본의 대만 총독부 설치, 독일 과학자 뢴트켄(Wilhelm K, Röntgen)에 의한 X선 발명 등이 일어났다.
이로부터 2년 뒤인 1897년에는 대한제국이 수립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세계의 조류에 부응하기 위해 단행된 단발령이었지만 오랜 상투 문화에 젖은 우리 백성들은 크게 반발하여 상투를 자르는 대신 목을 자르기도 하였고 고향을 떠나 먼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살기도 하였다.
고종부터 스스로 서양식 머리로 바꾸어 그 시행을 독찰했으나 이것이 전국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앞에 소개한 단발령의 노래는 원래 마의태자를 주인공으로 한 것이었지만 그 내용으로 보면 명령으로서의 단발령을 주제로 한 노래라고 해도 손색이 없게 되어있다.
지금부터 1,080여년전에 있었던 단발령이라는 고개에 얽힌 슬픈 설화는 신라를 마지막으로 삼국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최후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고, 거금 120여년전에 발생한 단발령이라는 국가명령에 의해 야기된 또 하나의 비극적 사건은 발전과 변화에 부응한 사회적 개혁을 추구하는 불가피한 역사적 진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다 머리를 깎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하나는 개인의 자의에 의해 스스로 깎은 머리임에 대하여 또 하나는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강제적 삭발이라는 점에서 서로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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