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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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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09일(금) 15:03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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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기인사가 있는 날이다. 사무실에 낯선 직원들이 보였다. 그 중에 낯익은 직원도 있었다. 지난 번 인사에 승진을 하였거나 장기근무로 다른 청으로 전출한 직원들이 되돌아온 것이다. 모처럼 집에서 월요일 아침을 맞이한 덕분일까.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객지생활이었지만 밝고 건강한 표정들이었다.
“이제 집 앞 텃밭에 가을배추나 무를 심어야 하지 않아.”
청주에서 돌아온 직원에게 인사로 묻는 말이었다. 그는 늦은 나이에 입사한 고등학교 후배였다. 지난 인사 때였다. 김천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기에 당연히 이곳으로 오는 줄 알고 있었다. 새해를 며칠 넘긴 어느 날이었다. 낯익은 전화번호가 떴다.
“이번 인사에 못갈 것 같습니다.”
남동생이 갑작스럽게 병원에 장기입원 하는 일이 생겼다고 하였다. 모친이 병간호를 하고 있는데 휴일은 자기도 간호해야 한다고 했다. 청주에서 바로 서울로 올라가는 게 좀 더 편리할 것 같아 신청한 전보를 취소하였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다음에 이을 말을 찾지 못했다.
지난 주말 그가 김천으로 발령받았음을 알고 기쁜 마음에 전화를 하였다. 오랜만에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와는 같은 사무실에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의 해후가 더욱 반가웠다. 아마도 어머니와 함께 가꾸었다는 집 앞 텃밭 구경을 같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빨리 가셔야 할 텐데요.”
상주에서 1년 6개월 만에 돌아온 직원이 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 인사에서 내부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자신에 대한 인사의 부당성을 주장하였었다. 그런 호기로움 때문인지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지금의 처지를 돌아보았다. 어느덧 이곳에 근무한지 2년이 지나고 있다. 객지 생활이 적지 않게 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매번 인사철이 되면 마음이 심산하였는데 이젠 조금은 무던해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정말 무덤덤해 진 것일까.
처음 이곳으로 발령받은 날, 차(車)안에서 안해가 넣어둔 봉투 두 개를 발견하였다. 하나는 아이보리색 봉투였고 다른 하나는 엷은 분홍색 봉투였다. 엷은 분홍색 봉투에는 얼마의 돈이 들어있었다. 아마도 급할 때 요긴하게 사용하라는 마음이 담긴 듯했다. 아이보리색 봉투에는 안해가 직접 손으로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안해는 이렇게 적었다.
“새로운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인연이 따뜻하고 행복하길/ 매일 다닌 그 길이 안전하고 평화롭길….”
그로부터 두해가 지나고 세 번의 인사가 있었다. 안해의 바람처럼 사람들과의 인연은 따뜻하고 행복하였다. 그리고 일상의 출퇴근은 별탈이 없었다. 그러나 늘 인사 때가 되면 떠나고 보내는 이들을 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이곳을 떠날 날을 고대하였다.
그리고 하루의 일상이 일일시호야(日日是好也), ‘날마다 즐거운 날’이길 희망했다. 이제 이곳에 머물 날들이 많이 남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안해의 편지글은 아직 유효하다. 그미는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했다.
“하루가 가면 하루가 가까워지는 감사함을 느끼길/ 그리고 당신을 배웅하고 맞이하는 난 늘 사랑으로 함께함을 기억해주시길.”
비가 온다. 곧 입추(立秋)다. 오늘은 안해의 색 바랜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 그리고 하루가 가면 하루가 가까워지는 감사함과 사랑으로 함께하는 안해를 떠올려야겠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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