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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너는 여전히 빛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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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22일(월) 08:47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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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칠월의 연꽃은 소박한 듯 화려하게 피어난다. 가까이에서는 연꽃의 만개(滿開)를 차마 바로 보기 어렵다. 기도하듯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옛적 북송의 유학자인 주돈이(周敦이)는 이런 마음이었는지 애련설(愛蓮設)에서 이렇게 말했다.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차마 다가갈 수는 없다.”
반듯하고 깨끗하게 서 있는 연꽃 때문에 차마 다가갈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연꽃의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진다고 했다. 저 유명한 향원익청(香遠益淸)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연꽃은 꽃 중에 군자, 즉 “蓮, 花之君子者也”라고 했다. 그가 애련설에서 읊었듯 세상에 그만큼 연꽃을 사랑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사실 연꽃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능소화는 기와를 얹은 담장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그래서 옛 사대부들은 평민들 이 이 꽃을 심지 못하게 했다. 담장너머 기품 있게 고개내밀 듯 피어나는 꽃, 능소화는 동백꽃처럼 한창일 때 ‘톡’하고 떨어진다.
옛 사대부 선비들이 더욱 능소화를 사랑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 꽃은 꽃 중의 군자라고 일컫는 연꽃과 비슷한 면이 있는 듯하다.
주암정에서는 연꽃과 능소화를 다 볼 수 있다. 담장 위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를 한참을 바라본다. 그런 뒤 못길 따라 가볍게 걸어 보라. 우뚝한 바위가 배를 닮았다고 느끼는 지점에 오면 순간, 기도하듯 만개한 연꽃이 펼쳐진다. 배를 띄운 강 같은 연못 위에 반듯하고 깨끗하게 서 있는 수백송이 연꽃이 보일 것이다.
주돈이의 향원익청은 그때는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이 모습만으로 족하다. 그러다 정자에 올라 멀리 근품산과 연못가에 핀 자귀나무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제서야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진다는 향원익청을 떠올린다.
주암정은 좌우 방 두 칸과 중앙의 마루로 구성되어 있다. 마루에는 편액 하나가 걸려있다. 정자를 지은 경위와 뜻을 적은 주암정기(舟岩亭記)다. 1942년 임오년 3월에 시작하여 9월에 마무리했다고 적혀있다. 정자를 이곳에 지은 뜻을 이렇게 적었다.
“선업을 지키는 길이 어찌 다만 집의 넓고 좁음에 있으랴. 우러러 뜻을 잘 받들어 그 뜻과 업을 잘 이어 나가는 것이 곧 선조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무릇, …그다지 화려하지 못하고 원림(園林)이 아직 넓지 못한 데에 마음 쓰지 말고 파도에도 상하로 흔들리지 아니하고 또 세상과 함께 부침하지 아니하여 마치 황하의 흐름 가운데 우뚝한 지주(砥株)와 같음을 보고 자기 몸의 처세를 돌이켜 생각하면 또한 이 바위가 이 정자를 싣고 있는 것과 같이 가볍게 움직일 수 없는 까닭을 알 것인즉 이로써, 사람과 자연이 서로 얻기를 바란다.”
주암정은 그때로부터 일흔 해가 더 지났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저 주암처럼 아직도 굳건하다. 어디 자연인 주암 뿐이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이곳에서는 주암정사랑회 주관으로 ‘주암아회’가 열렸다. 그때 이곳에서 공연을 한 공연자들의 대부분이 칠십대였다. 그들은 색소폰을 부르고 율동을 하면서 합창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공연을 보고 사람들은 감탄하였다.
어쩌면, 칠십 여년의 풍상에도 여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주암정에서 그들 일흔 노익장들이 더욱 빛나지 않았는가 생각해본다.
주암정기에서는 주암정을 저 황하의 우뚝 솟은 돌산인 지주에 비유하였다. 그리고 삶의 처세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사람과 자연이 서로 공생할 것을 당부하였다.
칠월의 연꽃이 흐드러진 이곳에서, 사람과 자연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일흔, 너는 여전히 빛나는구나.”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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