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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이루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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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09일(화) 17:36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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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재판소 건물의 처마 밑에 둥지를 튼 제비가 일곱 마리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어미제비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에 구렁이가 올라와 새끼제비들을 모두 잡아먹고 말았다. 돌아온 어미제비가 크게 슬퍼하니 이웃제비들이 와서 위로를 함에 어미제비가 다음과 같이 하소연 하였다.
“우리가 뱀에게 당하는 경우는 가끔 있는 일이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다른 곳도 아닌 정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게 제 심정을 더 참담하게 만드는군요.”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나온 ≪이솝우화(Aesop's Fables)≫에 ‘제비와 뱀’이란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는 이야기다.
정의(正義, justice)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올바른 도리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윤리학(倫理學)에서는 지혜와 용기와 절제(節制)가 완전한 조화를 유지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의는 크게 분배적 정의와 보상적 정의로 구분되는데, 앞의 것은 정당한 노력이나 투자의 대가를 말하고 뒤의 것은 올바른 손실에 대한 보상을 일컫는다. 현대 국가는 국가권력을 삼등분하여 정의를 굳게 지키고자 하고 있다.
먼저 정의를 위한 입법은 국회에서 담당하고 이의실현은 행정부에서 책임지며 위법 여부를 감시하는 것은 사법부의 기능으로 하고 있다. 이들 삼자가 자기 업무를 올바로 수행한다면 그 나라의 정의는 제대로 보장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나라의 정의는 무너지게 되며, 비정의적 현상이 그 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정의와 반대되는 말은 비정의이다. 비정의는 부정(不正)과 불의(不義), 곧 바르지 못함과 의리에 어긋남을 함께 뜻하는 말이다.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으니, 하나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서 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행하는 것이다.
아주 철이 없는 어린 아이나 무지한 바보가 아니고서는 정의 여부를 판단할 능력을 갖지 못할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위의 이솝 이야기에 나오는 뱀은 자기가 새끼제비를 잡아먹는 것이 정의롭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행위에 불과했을 뿐이다.
또한 뱀으로서는 재판소 처마에 있는 제비집이라고 하여 기피해야 할 이유도 없고 정의가 이루어지는 곳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능력도 없다. 따라서 참화를 당한 제비 가족은 참으로 불쌍하여 위로를 받아 마땅하지만 뱀에 대해서는 어떤 비난이나 법적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다. 신의섭리와 자연의 법칙에 의해 이루어지는 생태계(生態系)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다르다. 인간은 그들의 안정과 평화와 발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과 도덕 및 종교를 만들었으며, 여기에 정의라는 가치개념을 발전시켜 왔던 것이다. 정의를 지키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와 장치를 강화해 왔지만 이와 반대되는 불의와 부정의 현상도 함께 진보해 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그대로 지속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우리를 당혹해 하는 것은 제비가 생각했듯이 정의가 이루어져야 할 기관에서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의로운 법률을 만드는 국회의원, 정의로운 통치를 담당하는 공직자. 비정의적인 것을 바로 잡는 사법당국자, 후세에게 정의를 가르치는 학교 교사, 인간 영혼을 정의의 길로 선도하는 신앙성직자들 가운데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기의 직위를 이용하여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자행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들이 위의 우화에 나온 뱀과 다른 점은 이들은 모두 자기의 행동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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