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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 뜬 달 그리고 말(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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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11일(화) 16:46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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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지난 ‘문경찻사발축제’ 기간이었다. 어떤 전시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가람요’였다. 낯선 이름이었다. 전시장의 넓은 대청마루에는 다관을 포함한 다구들과 컵 등 소품 위주의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달항아리 같은 큰 작품들은 우측 공간에 전시되었다.
전시된 도자기들을 자세히 보니 다른 요장의 그것과는 다른 듯했다. 컵 등 도자기 표면에는 말(馬)이 그려져 있었다. 신라시대 토우(土偶)의 형상처럼 친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말 그림은 일부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에서 도자기와 말은 콜라보레이션을 이루고 있었다.
일부는 선(線)으로 말 갈퀴를 반복적으로 표현하여 추상화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가만히 보면 말들은 관람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듯 보였다. 표정과 동작이 다양하였다. 작가는 왜 말을 작품의 중요 모티브로 삼고 있는 걸까. 그날 요장의 주인인 전창현 작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가 신문에서 ‘51마리의 말’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어요.”
그는 어느 날 신문에서 고구려 시대 말(馬) 토우를 발견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고 한다. 평소 토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떤 느낌이 왔던 것이다. 그때부터 말을 작품의 소재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말을 도자기 표면에 그려 넣었다. 그리고 각종 전시회에 출품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도자기에 그려진 말 그림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던 것일까.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의 반응이 의외로 호의적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도자기를 감상하던 중 말 꼬리가 없는 것을 발견하였다.
“뒤쪽에 있어서 보이지 않아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얼핏 우스갯소리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말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과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은 지금처럼 그려졌고 말은 더욱 진화(進化)되었다. 어느 날 표면의 선(線)으로만 머물던 말은 기어코 그림 밖으로 뛰쳐나오게 되었다. 말과의 더 확실한 소통을 위해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른다. 말의 형체를 도자기에 접목시켰던 것이다.
그가 만든 도자기가 무유(無油)라는 사실, 즉 유약(油藥)을 바르지 않은 채 구워진 것임을 알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1,300℃의 고열로 재벌하면 흙 자체에서 유약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3일 동안 불을 지피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거죠.”
그런 극한의 산고(産苦)를 겪은 흙은 스스로 유약을 흘러내리게 하여 백자가 되고 분청이 된다. 그는 저 매끈하고 완전한 달항아리에 그토록 천착(穿鑿)하는 말을 어떻게 구현해 내고 있을까. 하얀 볼에 붉은 분(粉)을 바른 듯한 백자 달항아리에서 말을 찾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달항아리 위에 말 한 마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말은 도자기 입 주둥이를 찢고 그 한쪽을 입에 물고 당당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순간 당혹스런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달항아리도 마찬가지였다. 달항아리는 그 자체로 온전하며 완벽하다. 그런데, 저렇게 파격을 감행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저는 말이라는 소재를 통해 도자기를 회화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도자기를 형태로서만 아닌 회화(繪畵)의 한 부분으로 구현해 보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 소재가 말(馬)인 것은 운명인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지금 그의 작품들은 서울과 경기도 등 특별 기획전에 자주 초대되고 있다고 한다.
전시장을 나왔다. 문득, 그의 작품이 새로운 변주(變奏)이면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에 무언가 보이는 듯했다. 그래, 문경에 달이 떴다. 그 옆에 말(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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