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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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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21일(화) 17:46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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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어느 곳에 엉터리 같은 돌팔이 의사가 있었는데, 하루는 자기가 치료하던 환자에게 “다 정리하십시오. 내일을 넘기지 못할 겁니다”라는 최후통첩을 하였다. 그러나 그 환자는 얼마 후 완쾌되어 활동을 시작하였다.
며칠 후 길에서 만난 돌팔이 의사가 “저승에 다녀왔군요. 그래 저승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디까?”하고 물었다.
그 환자는 그 의사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저승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망각의 강인 레테(Léthé)의 물을 마시면서 잘 있더군요. 그런데, 저승의 신께서 지구상의 의사들이 환자들의 죽음을 막고 있다고 화를 내면서 이 의사들을 처벌하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그 처벌 대상 의사들의 명단을 보니 선생의 이름이 앞에 나와 있기에 깜짝 놀라서 저승 신에게 호소를 하였지요. ‘이 사람은 의사가 아닙니다. 멀쩡한 나를 곧 죽는다고 할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한 돌팔이이오니 그 명단에서 삭제시켜 주십시오’라고 말입니다.” ≪이솝 우화(Aesop's Fables)≫에 있는 ‘의사와 죽은 환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나는 범죄자가 점점 많아진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이들을 수용할 교도소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끔 한다. 범죄-재판-감옥은 함수관계로 이어진 하나의 체계이다.
범죄는 독립변수로 발생하지만 재판과 감옥은 범죄의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이며, 범죄 역시 인간사회의 규범인 법률과 도덕 및 종교의 제약을 받아 발생하게 된다. 유행병이 많이 돌면 병원 입원실이 모자란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저승으로 간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태어나 살다가 간 약 160억명이 저승으로 가서, 천당 극락과 연옥 및 지옥에 적절히 분배되어 있을 것이다. 역시 발병-치료-저승이라는 하나의 단위체계를 이루고 있으며, 여기서 치료는 의술과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단계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인류의 노력으로 의술이 발전하여 왔고, 이로 인해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점 길어졌던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그리스의 고대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로부터 시작하여 고대 인도의 명의이자 석가의 제자인 기파(耆婆, Jivaka), 중국 전국시대 정(鄭) 나라의 명의인 편작(扁鵲) 진월인(秦越人), 그리고 조선 시대 선조(宣祖) 때의 명의이자 전의(典醫)이며 유명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이란 역작을 남긴 허준(許浚) 등으로 이어져온 명의열전(名醫列傳)은 인류의 건강과 수명을 보장하는 의약(醫藥)의 기술을 크게 신장시켜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술의 발달과 함께 이에 비례하여 병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흡사 범죄기술과 수사기술은 서로 비례하여 항상 되는 것과 같다.
선한 신, 곧 천사의 사랑과 자비가 깊어질수록 악한 신, 곧 사탄의 저주와 방해는 더욱 심해지는 법이다. 자연이 주는 시련과 인위적으로 생성되는 불행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경쟁하면서 진화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되어질 것이다.
저승의 수용능력을 고려하여 사망자 수를 결정하고 이에 부합하도록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도록 할 수는 없으며,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의사는 모든 환자를 잘 치료하여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고 더 오래 사 수 있는 처방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비록 저승의 신으로부터 인간의 죽음을 저지하고 지연시킨다는 대가로 처벌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있는 생령(生靈)들이 이승에서 하루라도 더 건강한 모습으로 활발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하나의 기술로서의 의술로 그치지 말고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인 인술(仁術)의 경지에 이른 명의(名醫)가 되고 양의(良醫)가 되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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