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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의 의미

2018년 12월 21일(금) 15:29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며칠 전부터 사무용 인터넷망에 새로운 팝업 창이 떴다. 명사초청 교양강좌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제목은 “산다는 것의 의미”였다. 강사는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였다. 이미 언론에서 그의 소식을 접하였던 터였다. 세수(歲首) 99세의 고령임에도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책을 짓고 강의를 하고 있다. 언젠가 언론사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가장 돌아가고 싶은 인생의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60에서 75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아연(啞然)했다. 인생의 빛나는 스물과 서른이 답이라고 짐작한 터였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그 나이는 사회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노쇠한 때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의문에 간결하게 대답했다.

“60은 되어야 성숙해져요. 내가 나를 믿고 내 가치관에 따라 인생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는 거에요.”

그 말이 가슴에 닿았다. 사실, 청춘의 시기라는 스물은 유혹에 흔들리고 실패와 실수라는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서른은 그 연장선에서 여전히 불안하다. 사십과 오십은 나를 둔 채 가정에 예속되는 나이다. 그런 치기(稚氣)와 불완전한 때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수고스러움을 자처하는 일일지 모른다.

그의 강연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어찌하여 당일에 보지 못하고 지나간 강연을 보게 되었다. 화면에는 그의 모습이 비쳐졌다.

단상(壇上)을 걸어가는 그를 보고 탄성을 했다. 99세의 노교수가 자연스럽고 품위 있게 걸어갔다. 얼굴표정은 온화하면서 맑았고 말투는 느렸지만 안정적이었으며 어눌하지 않았다. 주제는 “산다는 것의 의미”였으나 강의 시간 내내 ‘삶과 행복의 참뜻’을 일관되게 이어갔다. 때로는 자신의 삶을 사례로 들어 비유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스스로의 이야기들을 펼쳐갔다.

몇 년 전 이맘 때 쯤 이었다. 상주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우리지역의 도예명장 도천 천한봉 선생이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여든이 넘은 도천 선생의 강의가 열정적이었음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 노익장에 감탄하였으나, 지금 노교수는 100세를 바로 코앞에 두고 있음이다.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난제를 해결해주는 철학자가 아니라 지난한 인생의 선배요 지친 삶의 선생으로서 들려주는 ‘산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경청하였다.

그는 서른에 연세대학교와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는 직장을 구하기 위한 공부의 시기라고 했다. 그리고 서른에서 예순에 이르는 시기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버는 때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열 명의 가족을 돌보는 가장의 입장에서 수입을 위해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학과 기업체 등에 출강을 하면서 고단한 생활이 이어졌다. 금전적으로 윤택한 것이 결코 행복을 가져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그 무렵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책을 출간하였는데 그때부터 돈이 따라왔다고 했다. 백세가 되어가는 지금에도 그는 현역으로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산다는 것의 의미, 즉 삶과 행복의 참 뜻은 무엇일까. 강연에서 그는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이제 곧 철들 나이에 접어든 지금, 내 귀에 들어오는 말은 이것이었다.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에요.”

더불어 자기가 관심을 두는 부분만큼 의식이 성장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수입을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일하라고 하면서 그 가운데 봉사가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말은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라는 백범 김구선생의 말과도 일치한다.

문득, 이제는 소명으로 일하면서 선물을 받고서 행복해야 할 나이가 되어가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처음처럼, 흐트러짐 없이 다시 걸어 나가는 노교수의 모습을 내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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