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산명곡응(山鳴谷應)
|
|
2018년 11월 20일(화) 15:42 [주간문경] 
|
|
|

| 
|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주간문경’에 글을 기고한 지가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때로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낯선 이가 알아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오래 전이었다. 문경읍 근처에 있는 온실 재배용 토마토를 사러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토마토를 담아주던 아주머니가 자꾸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혹시, 신문에 글을 쓰는 분이 아닌가요?”
불민(不敏)한 사람을 알아주는 것이 고마워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녀는 신문에 나오는 글들을 매번 잘 읽고 있다면서 토마토 다섯 개를 더 얹어주었다.
차에 토마토를 실으면서, 안해에게 ‘내 글 값은 토마토 다섯 개~’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 뒤, 토마토가 떨어지면 자주 찾아가곤 하였다.
문경읍내에 자주 찾는 단골식당이 있다. 문경읍사무소 앞에 있는 ‘당포식당’이다. 이곳을 자주 찾게 된 데는 연유가 있다. 언젠가 문경읍내에서 사무실을 개업하는 직원을 축하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점심을 하였는데 이곳의 보리밥 정식과 산초 두부 맛이 늘 잊혀지지 않았다. 보리밥과 다양하고 깔끔한 나물 반찬, 구수한 된장국이 시골집 어머니의 맛 그대로였다. 그 뒤, 안해와 함께 그 식당을 찾아갔다. 식사 후의 숭늉이 속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때였다. 식당주인 아주머니가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주간문경 신문에 글을 쓰지 않나요?”
아는 체를 해주는 아주머니가 고마워 웃음으로 답하였다. 그녀는 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였다. 부산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가 고향을 잊지 못해 몇 년 전에 문경읍으로 왔다고 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손님들에게 성심으로 한다고 했다. 이미 음식에서 그 마음을 느꼈기에 그녀의 말이 진정으로 들렸다. 시간이 되어 계산을 하려고 하자, 그녀는 완곡하게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녀는 내가 쓴 글에 대한 인사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 후 문경읍을 들르면 늘 찾는 것으로 화답하게 되었다.
지난 가을 문경문화원 신축개원식이 있었다. 가을비가 오는 소슬한 날씨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축하를 해주었다. 개원식 후에 로비에서 서예 퍼포먼스가 열렸었다.
글씨를 쓴 이는 우리 지역 산양면 현리가 고향인 서예가 소사 채순홍 선생이었다.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분 초대작가이며 권위 있는 각종 서예대전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시서화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신축 문경문화원 입구 표지석에 새겨진 글씨도 그의 작품이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그가 쓴 다른 글씨를 접하게 되었다.
“山鳴谷應”
중국 송대의 문인인 소동파의 후적벽부에 나오는 글귀로 ‘산이 울면 골짜기가 화답한다’라는 의미이다. 상대의 언행에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것으로 일종의 리엑션(reaction), 즉 반응을 일컫는다.
나의 글을 기억하고 토마토 다섯 개를 더 얹어준 아주머니와 음식 값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식당주인 아주머니도 사실은 산명곡응이라는 리엑션을 한 것이다. 나 또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단골로 화답해주었다.
옛말에 “손바닥도 마주쳐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상대방의 반응에 무심하거나 응하지 않으면 관계는 나아질 수 없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 ‘산명곡응’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된다.
소사선생이 쓴 ‘山鳴谷應’ 서체를 보고 서예의 문외한임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산과 골짜기에서 더 크고 맑은 소리들이 청아하게 울리는 모습이 연상되는 듯했다. 그래서 산명곡응의 마음으로 전한다. 훌륭한 글씨들을 감상할 수 있었음에 선생께 감사를 드리는 것이다.
지금 단풍이 산과 골짜기에 떨어지고 있다. 땅은 그들을 말없이 받고 있다. 자연의 또 다른 ‘산명곡응’이다.
010-9525-1807
|
|
|
|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간문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간문경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간문경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