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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상덕(龍象德)

2018년 11월 09일(금) 16:05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휴일 절을 찾았다. 오랫동안 뵙지 않았던 은우 노스님이 생각나서였다. 어쩌면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바람을 붙잡는 풍경(風磬)이 걸려 있는 절집이 아련 거려서 이기도 했다.

단풍이 여전히 절과 함께 있었다. 하지만 일부는 남녘으로 떠난 듯 가을의 절정에는 비켜 있는 모습이었다.

대웅보전(大雄寶殿) 처마에 풍경이 걸려 있었다. 물고기 한 마리가 절집을 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바람이 불 때마다 절집이 흔들리는 듯 물고기의 유영(遊泳)이 요란스럽게 보였다.

“무슨 바람이 불어셨나요.”

명본스님은 반년(半年)만에 발걸음을 한 속인(俗人)의 무심함을 꾸짖듯 인사를 받으셨다.

은우 노스님을 뵙고 다실에서 법문을 들었다. 노스님은 1960년대 아산 세심사에서 법련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법련스님은 우리나라 불교의 대종사였던 일타 큰스님의 이모가 된다.

노스님은 그런 인연으로 대강백이기도 하였던 일타 큰스님으로부터 불경과 불교에 관한 여러 가르침을 받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윤필암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그때부터 불사(佛事)에 힘써 오늘의 윤필암을 있게 하였다. 또한, 윤필암은 일타 큰스님의 어머니가 첫 출가를 한 곳으로 일타 큰스님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법문 중 다실 벽에 걸려 있는 액자에 눈길을 주는 듯했다. 높이 1미터가 넘는 액자에 힘차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큰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글자인지 궁금했다.

“용상덕(龍象德)이라는 글자인데 일타 큰스님이 직접 써주셨어요.”

노스님의 얼굴에 큰스님을 그리워하는 표정이 보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선원은 충남 예산의 수덕사 견성암이라고 한다.

그러나 늘어나는 출가자로 인하여 공간이 부족한 지경이 되자 문경 대승사 윤필암을 비구니 선원으로 삼은 것이다. 제2의 수덕사가 된 셈이다. 그때 노스님이 팔을 걷어 붙였다고 한다. 선원을 지은 뒤 일타 큰스님이 사불선원(四佛禪院) 현판 글씨를 써주었다고 한다.

사불전과 관음전 등이 지어지자 어느 날, 일타 큰스님이 노스님을 위해 써 준 글씨가 저 ‘용상덕’이었다고 한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 나오는 원효스님의 경구에서 ‘무릇 부처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속의 즐거움을 등져야 한다’라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한다.

“큰스님은 참선공부를 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대중을 외호(外護)하는 사판(事判)도 중요하다고 했어요.”

용(龍)은 선승(禪僧)을 비유하고 코끼리는 불사를 주로 하는 사판(事判)에 비유하는데, 무엇을 하든 중노릇 잘하라는 경계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마도 불사를 잘 한 은우 스님을 격려해주기 위한 큰스님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아랫부분이 누렇게 변색이 되어 있었다.

“1990년대에 산불이 난 뒤 큰 수해가 났는데 그때 흙물이 밴 거 에요.”

일타 큰스님은 부처가 되는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오른쪽 세 손가락을 연비(燃臂)하였다. 그럼에도 큰 붓으로 저렇게 글씨를 쓸 수 있었음은 그의 공부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듯 했다.

문득,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구니 선원으로 손꼽히는 윤필암의 역사가 어쩌면 저 ‘용상덕’이라는 세 글자에 함축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을 나왔다. 여전히 풍경에 매달린 물고기가 절집을 물고 헤엄치고 있었다. 하늘이 맑았다. 가을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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