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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2018년 10월 30일(화) 16:45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요즘도 글을 쓰나요?”

일요일 성당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어느 여자신도분이 내게 물었다. 굳이 답을 듣기위한 것이 아닌 듯하여 가만히 웃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 앞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매번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요.”

미장원을 운영하는 그녀는 통장 일을 맡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간혹 뜻 있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기부금을 주면서 자기 대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달라는 부탁을 하곤 한다. 아마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듯 했다. 그녀 또한 불우이웃 돕는 일을 즐거워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늘 얼굴이 밝다.

지난 추석 밑이었다. 퇴근길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뉴스에 귀가 솔깃했다. 14년간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해온 아버지를 대신해 올해에도 그 아들이 적지 않은 쌀을 대구시 수성구청에 기부했다는 뉴스였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었었고 그의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매년 빠짐없이 수천만원 상당의 쌀을 기부해오고 있다고 하였다.

그 뉴스를 듣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따뜻한 온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주변에는 이와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처럼 착한 일, 선업(善業)을 쌓으려고 하는 걸까. 근대 우리 불교 중흥의 선승(禪僧)인 만공스님은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세계는 모두 한 송이 꽃’이라는 이 말은 우리 모두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서로 함께 살아가야 할 관계 속에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가난과 아픔이 나의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깨달음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한다.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수많은 날들이 지나고 수많은 밤들이 흘러갔다. 이제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 서서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물음은 존재에 대한 확인이 된다. 그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방법과도 맥이 닿아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 앞에 머뭇거리고 있다.

언젠가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내 인생의 어디쯤 와 있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그 질문에 어떤 답을 스스로에게 내놓았는지는 사실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는 퇴직 후 이른 아침에 성당 마당을 정리하고 정원을 가꾸는 일을 수 년 간 해오고 있다.

그리고 매주 한적한 시골마을의 성당공소를 찾아 칸나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면서 내 안의 따뜻함을 확인하고 그를 닮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그 질문에 무언가 근접한 답을 내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살펴보면, 우리가 선업을 쌓는 이유는 다르지 않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만공스님의 가르침 “세계일화”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일요일 성당에서 만난 그녀의 말에서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여 본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적지 않다. 가을 뒤에 겨울이다. 아마도 겨울이 되면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훈훈한 소식들이 들려올 것이다. 아마도 그때에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라는 저 질문을 다시 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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