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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몽(長恨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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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9일(금) 16:42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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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개화기에 와서는 창작소설과 번역소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번역소설 가운데 번안소설(翻案小說, adapted story)이라는 형식이 있는 데, 이는 외국소설을 그 내용이나 줄거리에 있어서는 원작대로 두고 인정(人情)․풍속․지명․인명 같은 것을 자기나라의 것으로 고쳐서 번역한 소설을 말한다.
1860년대에 미국의 작가인 버사 M. 클레이(Bertha M. Clay, 1836~1884)가 쓴 ≪여자보다 약한 자(Weaker Than a Woman)≫라는 소설이 발간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일이 있었다.
이로부터 30여년이 지나 일본의 작가 오자키 고요(尾崎紅葉, 1867~1903)가 이 소설을 번안하여 ≪금색야차(金色夜叉, 곤지키야샤)≫라는 이름으로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에 1897년 1월 1일부터 연재하기 시작했으며, 1902년까지 계속되었다. 돈과 사랑, 그리고 배신을 주제로 한 메이지(明治)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금전만능주의가 만연한 당시 일본 사회를 현실감 있게 묘사하여 대중적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 소설이 다시 우리나라 말로 번안된 것은 조중환(趙重煥, 1884~1947)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장한몽(長恨夢)≫이라는 이름으로 1913년 5월 13일부터 동년 10월 1일까지 매일신보(每日申報)에 연재되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큰 인기를 얻어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지고 단행본으로 여러 판 발행되기도 하였다.
오래도록 사무쳐 잊을 수 없는 마음이란 뜻을 지닌 ≪장한몽≫은 가난한 학생 이수일(李守一)과 그의 애인 심순애(沈順愛), 그리고 평양 갑부 김중배(金重培) 등,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여 전개되는 사랑과 배신과 좌절의 비극적 과정, 그리고 회생과 각성과 결합의 다복한 귀결로 이어져 있다. 이 장한몽을 소재로 한 수심가조의 서도가요가 생겨났으니, 10절로 된 ≪장한몽가(長恨夢歌)≫이다. 제1절만 소개하기로 한다.
“대동강변 부별루 하 산보하는/이수일과 심순애 양인이로다. 악수 논정하는 것도 오늘 뿐이요/보보행진 산보함도 오늘 뿐이라.” 음력 삼월 보름달 아래 대동강변에서 이렇게 헤어진 두 연인은 다년간 각각 번뇌와 역경의 길을 헤매게 된다.
옛날 중국에는 ≪장한가(長恨歌)≫란 노래 가사가 있었다. 당(唐) 나라의 대표적 시인인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34세였던 806년에 지은 서사시(敍事詩)이다. 이는 당의 6대 황제인 현종(玄宗, 재위 712~756)이 안록산(安祿山)의 난으로 인해 756년 1월, 37세의 나이로 백성들에게 피살된 양귀비(楊貴妃, 719~756)를 잃은 한 맺힌 슬픔을 읊은 것으로 무두 7언(言) 120구(句)로 되어 있다.
현종은 양귀비가 죽던 해에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 6년 더 살다가 서거하였으며, ≪장한가≫는 이 기간 동안의 현종의 애달픈 심경을 나타낸 노래이다.
그러나 이 시구는 우리나라의 ≪장한몽가≫에 비해 순수함과 진솔함에 있어 많이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내란을 일으켜 국가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양귀비의 죽음을 늙어 죽을 때까지 애통해 온 현종이란 황제도 가소롭다 하겠으나 더욱이 이런 불미스러움을 시구로 미화한 백낙천의 처사도 별로 칭찬 받을 수 없다 하겠다.
추잡하게 만나고 비극으로 끝난 이들 두 사람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맥락과 해피 앤딩(happy ending)으로 귀결된 이수일과 심순애의 이야기다.
160년 전 미국이나 120년 전 일본이나 100년 전 한국이나 비슷한 주인공들이 있었고 유사한 사건을 연출했으며, 이것은 지금이나 장래에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인간사일 것이다.
모름지기 사랑을 나누는 모든 연인들은 오해와 실수와 난관의 어려운 과정을 경험하더라도 최후의 결과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으로 끝나지 말고 ≪장한몽≫의 이수일과 심순애 같이 고진감래(苦盡甘來)로 귀결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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