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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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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18일(화) 09:00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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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사무실 자리를 옮긴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한 달 여 사이에 여름이 떠나고 가을이 찾아왔다. 아마, 겨울이 되어 해가 바뀌면 지금 있는 이 자리도 옮기게 될지 모르겠다.
“얼굴이 좋아졌어요.~”
요즘 직원들을 만나면 가끔 듣는 말이다. 적지 않은 거리를 출퇴근하는 입장이라 그냥 인사치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자리를 옮긴 이후부터 그런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맡은 일은 수사(搜査)였다. 업무의 과다(過多)를 떠나 사람에게는 나이에 걸 맞는 일이 필요한 듯하다.
수사는 기록을 검토하는 데서부터 긴장이다. 관계인들을 불러 조사를 하고 증거를 찾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에 법률을 검토하여 이를 적시하는 일련의 일들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지금은 재산형, 즉 벌금을 집행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처음 입사하였을 때와 같은 부서다. 그래서, 낯설지가 않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는 검찰이 권위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벌금 징수가 용이한 면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른 듯하다.
최근에 생활이 어렵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주거가 일정하지 않아 검거 등 강제징수가 어렵다. 그래서 이 일도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마도 그런 마음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하지 못한 듯하다. 업무 중의 일이다. 며칠 전이다.
매년 10월 말에는 대검찰청에서 전국 청의 징수실적을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벌써부터 사무실은 열기로 가득하다. 나 또한 직원들과 함께 전화로 벌금납부 독촉을 하고 있었다. 신호음이 들리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여자였다. 조심스럽게 벌금미납자와 관계를 물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고 있어 대신 받았다고 했다. 아내에게 용건을 이야기하니 낭패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번에 벌금 낸다고 해서 300만원을 줬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그녀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벌금 납부를 당부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대화내용을 듣고 있던 직원들이 한바탕 웃었다. 아마도 전화를 끊은 뒤 부부관계에 무슨 일이 일어날 듯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나은 편이다. 경제적으로 납부할 여지는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첫날 아침이었다. 직원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첫 업무였다. 그런데, 경찰관에 의하여 벌금미납자 두 명이 검거되어 왔다. 직원들 얼굴이 낯선 풍경을 보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담당자가 첫 업무로 그들을 교도소에 유치하였다.
벌금은 형벌이다. 그래서 정해진 납부기한 내에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지명수배가 된다. 지명수배가 되면 전국의 어디에 있건 경찰 등 수사기관에 검거될 수가 있다. 그러면 저들처럼 교도소에 유치(留置)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벌금에 해당되는 기일 만큼의 노역, 즉 일을 하게 된다. 재산형에서 징역형으로 환형(換刑), 즉 형벌이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환형유치라고 한다.
첫날 그런 일들을 겪어서였는지 이제는 모두 일상으로 여기고 있다. 어느 날 직원이 물었다.
“벌금미납자들에게 벌금납부 안내 문자를 보내는데 어떤 내용이 좋을까요?”
문득, 곧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가족들과 함께 어김없이 추석을 보낼 것이다. 어쩌면, 경제적으로 힘든 그들에게도 추석은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지명수배 되었다면 연휴기간 내내 검거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불안할 것이다. 그래서, 직원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편안히 고향 다녀오세요. 벌금이랑 잊어버리시고~”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다. 곧 둥근 보름달이 뜨는 추석이다. 주간문경 애독자 분들에게 늘, 일상이 한가위 같기만을 바란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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