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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득호도(難得糊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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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7일(금) 15:23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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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인사(人事)가 있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지 다음 인사까지는 이곳에 더 있어야 될 듯하다. 대신 부서를 옮겼다. 그래서 캐비넷을 정리했다. 묵은 서류들을 꺼내었다. 적지 않은 부피가 1년여의 시간들을 말 해주는 듯 했다. 그 부피들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버릴 것들을 파쇄기에 넣었다. 그제서야 서류들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이름들이 보였다. 조사 서류였던 것이다. 지금은 별다른 느낌이 없지만 한때는 내 의식의 공간을 차지하던 이름들이었다.
기록을 검토하면서 그들의 행위와 의도들은 죄명에 한정되어졌다. 그 이름들이 살아온 인생의 궤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특정한 시기의 의도된 행위들이 문제였다. 기록을 읽고 나면, 그 이름들은 좀 더 실체로 다가온다.
그들과의 대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조사는 그 이면을 들여다 다보는 진실게임 같은 것이었다. 조사의 끝맺음은 대부분 이런 질문으로 정리되곤 한다.
“…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한 것이 맞지요?”
부동산 투기 관련 건도 그랬다. 그리고 위증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부인하였지만, 마치 얽힌 실타래들이 씨줄과 날줄로 드러나듯 진실게임으로 살펴본 조사에서무언가 정리되어지곤 하였다.
몇몇 눈에 익은 이름과 내용들이 더 보였다. 그리고 파쇄기에 넣을 종이들이 없어졌다. 단 몇 분 사이에 1년의 시간들이 정리된 것이다.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의 일들이 떠올랐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드러내어 확장하려 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갈 수 있었다. 괜히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가능하면 한발 물러서 있고자 하였다.
최근에,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서예가인 경암 김호식 선생으로부터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사자성어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이 글은 청나라 서예가인 정섭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친척이 집안의 송사로 재산을 잃게 되자 이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한데서 연유하였다. 그는 그 친척에게 양보할 것을 권유하고 이 글자를 편액으로 함께 보냈다고 한다.
‘난득호도’를 경암 선생은 이렇게 풀었다. ‘무릇 똑똑하게 사는 것도 어렵고 바보처럼 사는 것도 어렵다. 똑똑하면서도 바보처럼 구는 것은 더 어렵다. 다만, 한 수 물려주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나중에 복이나 보답받기를 꾀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말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똑똑한 체 하지 않고 무릇 겸손하면 바라지 않더라도 복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른 바, 세상살이의 지혜를 설파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이를 호도경(糊塗經)이라 부르고 가훈으로 삼으며 삶의 처세로 삼는다고 한다.
살펴보면, 지금 이곳에서의 생활이 이 글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았다. 사람들 앞에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또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것은 당당하지 않은 것과는 달랐다. 앞으로 이곳에 남은 시간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중에 복이나 보답받기를 꾀하려 하지 않는다. 한 걸음 물러섬으로써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복(福)만으로도 족(足)하기 때문이다.
캐비넷 한 켠에 묵혀 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올 때부터 놓여 있었다. 김천문화원에서 발간한 ‘김천의 마을과 전설‘이라는 책자였다. 다른 부서로 옮기면서 이 책만은 가져갔으면 했다. 언젠가, ’난득호도‘의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가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때도 한 수 물러주고 한 걸음 물러서는, 무릇 사람들이 바보경이라고도 일컫는 저 호도경(糊塗經)의 지혜가 여전하였으면 한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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