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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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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6일(금) 08:57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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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다소 애잔하고 감상적이며 체념적인 느낌을 주는 ‘낙화유수(落花流水)’라는 말이 있다. 바로 직역을 하면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내포된 의미는 쇠잔영락(衰殘零落), 곧 쇠하여 잔양하고 시들어 떨어진다는 것, 또는 남녀간의 오가는 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낙화는 낙화(落華) 또는 낙영(落英)이라고도 하는 데, 떨어지는 꽃이니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의미도 되고 새로운 열매를 맺는 시작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유수는 흐르는 세월이나 무상(無常)의 변화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따라서 낙화유수는 꽃이 떨어지고 물이 흐르는 자연형상을 묘사하는 말이기도 하고, 인생행로의 무상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비유이기도 한 것이다.
낙화를 막을 수 있는가? 그림으로 그려두거나 사진을 찍어 보관하지 않는 한 자연의 꽃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열매를 맺는다. 이것이 신진대사(新陳代謝)이고 자연의 진화이다.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신의 섭리요 자연의 법칙이다.
열흘 동안 피는 꽃은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끝이 없다는 뜻으로 이름 지어진 우리나라 국화(國花)인 무궁화(無窮花)도 추위에 강하여 꽃이 피는 기간이 길다고 하지만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시들어 떨어지고 마는 숙명을 갖고 있다. 한편 유수는 멈출 수 있는가?
흐르는 물의 방향은 약간 바꿀 수 있지만 아예 흐르지 않게 멈출 수는 없다. 사람들이 댐을 막고 저수지를 만들어 어느 기간 물을 모을 수는 있지만, 모인 물이 많아지면 넘쳐서 다시 흐르게 된다. 물을 잘 다스리어 그 피해를 막고 이용에 편리를 도모한다는 치수(治水)도 물의 흐름이 갖는 자연적 성질을 거역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잘 살려서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치수를 잘못하여 보다 큰 재난을 초래한 사례는 인류 역사에 허다히 있어 왔었다.
하늘의 순리를 좇으면 생존하지만(順天者存) 그렇지 않고 이에 역행하면 멸망한다는(逆天者亡) 말은 물의 다스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낙화유수라는 하나의 조그마한 현상에도 천리(天理)의 오묘한 법칙이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문인영이 작사하고 이봉룡이 작곡한 것을 남인수가 노래한 ≪낙화유수≫라는 가요가 있어 지금도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고 있다.
“이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 새파란 잔디 위에 심은 사랑아 /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우리의 감정과 호소를 담은 정다운 노래여서 나는 오랫동안 즐겨 불렀다. 가사를 보지 않고도 2절까지 잘 부르는 애창곡이었다. 어느 날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렀더니, 자리를 함께 한 사람 중의 하나가 그 노래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기에 그에게 주어버렸다. 그 이후에 그 사람이 있는 좌석에서는 절대로 나는 그 노래를 하지 않는다. 그 분은 애창곡이 몇 개 없는 듯 하지만 나는 이 노래 말고도 잘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 사람이 이 노래를 부르면 거의 100점이 나온다.
고려말 공민왕(恭愍王)의 왕사(王師)이고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스승인 나옹선사(懶翁禪師, 1262~1342)가 지은 시 한 수가 있으니, 이름하여 ≪청산은 나를 보고≫이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 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 탐욕도 벗어 놓고 성 냄도 벗어 놓고 /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참으로 해탈의 깨달음에 이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무념무욕(無念無慾)의 경지를 묘사한 시구이다. 자연의 한 요소인 인간들이여! 우리 모두 겸허한 마음으로 꽃다운 인생살이를 즐겁고 보람되게 살다가 지는 꽃처럼 조용히 떨어져서 깨끗한 물 위에 유유히 떠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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