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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쓴 반성문

2018년 05월 30일(수) 09:19 [주간문경]

 

 

↑↑ 김정호
신한대학교 교수
행정학박사

ⓒ (주)문경사랑

 

한글을 창제하여 온 백성에게 가르친 스승 같은 존재,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양력으로 계산하여 기념하는 5월 15일 스승의 날.

내가 대학의 전임 교수가 된 지 만 28년째, 그리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이제 2년. 법 시행 첫해였던 작년에는 학생회에서 매년 하던 스승의 날 행사를 그만두면 아쉽지 않느냐는 얘기를 들었으나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작년에는 카네이션이나 조그만 선물도 돌려보낸 일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학생들도 교수들에게 물질적인 인사를 하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5일 조용히 보내려는 스승의 날 퇴근을 하기 직전, 학회 대표가 내게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전지에 가득 글을 쓰고 예쁜 꽃 그림으로 그려 장식한 ‘Dear. 김정호 교수님. 항상 감사드립니다!’라는 타이틀에 나에 대한 표현이 가득 쓰여져 있었다.

“교수님 지방자치론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을 좋아하시고 챙겨주시는 교수님 ♡♡♡‘” “교수님 수업을 들을 때마다 매 순간이 너무 즐겁습니다.항상 저희 들을 위해 많은 노력과 고생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훌륭한 제자가 되겠습니다.” 등등의 나를 칭찬하는 글들로 가득 찼다.

다른 친구들이 보고 있고, 이름을 밝힌 제자도 상당수니 글을 쓰며 내게 칭찬밖에 할 수 없었겠지만.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 나는 제자들에게 진전한 스승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결론은 No. 나는 스승이 아니라 직업인이었다.

첫째는 학생들에게 강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그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노력한다. 대학의 정교수에게 강의 평가 결과가 과거에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이제는 성과급 등에 적용하고 학년 말 등급이 성적으로 통보되니,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톡을 해도, 옆 친구와 대화를 해도 수업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한 야단치지 않는다.

이런 내가 스승일까? 매 학기 첫 시간 수업계획서를 학생들에게 알려 줄 때 학생들에게 적자생존을 강요한다. 적자생존! 교수의 말을 부지런히 ’적자, 그래야 생존한다‘는 말이다. 학생들에게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기보다 나의 교육을 주입한다.

2014년 말에 발행된 서울대 이혜정 교수의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서울대생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학점이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이 수용적 사고력보다 낮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비율도 더 높았다.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보다 수용적 사고력이 높아야 학점이 높다는 고백은 서울대생들의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비판적 창의력 사고력이 높으면 학점이 낮아진다는 사실과 직결되었다.

쉽게 얘기해서 교수의 농담까지 기록 했다가 답안으로 작성하는 학생이 창의력 사고력으로 답을 쓴 학생보다 학점을 잘 받는다는 얘기다. 적자생존을 강조하는 나 같은 교수가 한국의 대학교육을 망치는 주범 일 수 있다는 반성이 앞선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이클 델, 마크 저커버그 등 미국 IT 업계의 세계적 거물들의 공통점을 아는가?. 이들은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 중요 한 시대. 창의적이지 않는 대학교육으로 한국의 미래는 없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한국 청년들의 공무원, 대기업 열풍은 부끄러운 일이다. 사랑하는 일을 찾지 않고 무조건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것은 활력을 잃고 몰락하는 사회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라는 얘기를 했다.

행정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이 공무원이 되기를 부추기고, 강의 시간에 기출 문제를 소개하고 국가공무원 올해 합격자 평균연령이 28.4세로 지난해와 동일하니 대학 졸업 후 2~3년은 공무원 시험에 더 도전해 보는 게 당연하다고 수업 시간에 얘기하고, 올해 내 제자가 공무원이 몇 명 되었다고 자랑하는 한심한 선생이 여기 있으니, 스승의 날 나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려 봤다. 이제는 반성과 개선을 함께 생각하면서.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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