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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초등동창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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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8일(토) 10:03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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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정호
신한대학교 교수
행정학박사 | ⓒ (주)문경사랑 | | 4월 3주차 토요일인 지난 21일, 지역의 많은 학교가 동창회 체육대회를 열었다. 나는 매년 4월에 열리는 초등동창회(호서남), 한여름에 열리는 중학 동창회(문경중), 10월에 열리는 고등학교 동창회(문경종고)에 참석하기 위해 귀향하는 편이고 또한 인생 살아가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너무 많은 모임에 엮여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맘 편하고 많이 참석한 행사가 초등동창회가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시절을 아동기라 한다. 7~8세에서 12세에 이르는 시기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같은 나이의 또래들과 접촉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사고 능력이 논리적 수준으로 진행된 첫 단계에 아동은 또래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롭게 지각하고,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그와 반대로 소외감을 발달시킨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집이 가깝고, 앉는 자리가 가깝고, 가족끼리 교류가 있는 또래를 친구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호감, 친절, 온화함, 장래 목표, 희망 따위와 같이 내면적이고 성격적인 특성에 따라 친구를 선택하는 경향으로 바뀌는데. 그때 기억에 새겨진 많은 친구 들은 평생을 두고 잊히지 않는다.
나이 들어 모이는 동창회는 선생님과 함께 모이면 오랜만에 나타난 친구가 선생님을 보고 “너는 누구라?”는 질문에 이제는 선생님과 제자가 구분 안 되는 60대에 접어 들었구나라는 생각에 세월의 덧없음을 탓 하지만 동심의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는 추억 여행의 즐거움. 내 마음은 50년의 세월을 되돌린다.
서울 출신의 마누라는 처음부터 스스럼없이 전화해서 눈치 안 보고 큰 소리로 전화하는 문경 사투리 진하게 쓰는 내 여자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문자나 톡도 시간 구분 없이 한밤에도 날라 오고, 바쁘다던 사람이 초등동창회 체육대회 내려간다며 소위 전야제를 한다고 1박 2일이나 밤새고 술 마셔 꾀죄죄한 몰골로 올라오니 도대체 어느 첫사랑을 만나 그리되었느냐고 묻는다.
마누라가 생각하는 첫사랑 같은 그런 친구들을 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다 보면 모두가 반갑고, 싸우며 코피가 터져서 울던 그 추억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포장이 되고, 그 친구가 그립다.
대학교수란 직업을 가진 나는 요사이 스트레스가 심하다. 강단에서는 말조심을 해야 하고, 행동거지도 조심해야 하는 데 초등 친구들을 만나면 무장해제가 된다. 긴장을 풀어헤치고 실수를 하고 서도 ‘야 임마, 이 자식아’ 하는 욕설이 오가기도 하지만 이해해 준다.
초등 친구들을 만나서 마음껏 얘기하고 나면 온갖 웰빙 주사를 다 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이 동창회가 요사이는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분위가 흐르지만 초등동창이니까 그것도 귀엽게 봐주게 된다.
초등 친구들을 만나면 강릉 출신 박세현 시인의 ‘너무 많이 속고 살았어’가 내게 와 닿는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30년 만에 소집된 얼굴들을 만나니 그 낯짝 속에/근대사의 주름이 옹기종기 박혀있다/좀이 먹은 제 몫의 세월 한 접시씩 받아놓고/다들 무거운 침묵에 접어 들었다/화물차 기사, 보험설계사, 카센터 직원, 죽은 놈/만만찮은 인생 실력들이지만 자본의 변두리에서/잡역부 노릇 하다 한 생을 철거하기에/지장이 없는 배역 하나씩 떠맡고 있다/찻집은 문을 닫았고 바다도 묵언에 든 시간/뒷걸음치듯이 몇몇은 강문에서 경포대까지/ 반생을 몇 걸음으로 요약하면서 걸었다/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었던 간밤의/풍경들이 또한 피안처럼 멀어라
지난 세월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은 꿈을 쫒아 종종 걸음을 쳤어도 해 놓은 것 없고, 돌아보면 제 몫의 좀이 한 접시이지만 그래도 추억은 아름답고 삶은 두근거림의 연속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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