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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C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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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27일(화) 17:12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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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백로가 하얀 궤적을 울리며 푸른 산 사이를 빗금 지으며 날아갈 때/ 나는 정말 행복하다/ 너는 행복하니/ 칸나가 피어있는 내내 칸나는 행복하다.”
이봉하 시인은 ‘칸나가 피어있는 내내’라는 시에서 칸나가 피어있는 내내 행복하다 고 했다.
그런 칸나가 보고 싶었다. 며칠 전 비가 왔었다. 그리고 이어서 눈이 내렸다. 봄의 절기인 춘분(春分)에 눈이 내린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꽃을 시샘하는 겨울의 마지막 투정도 어쩔 수 없다. 봄은 우리 곁에 왔기 때문이다.
청사 앞 산수유는 몽롱한 듯 노오란 꽃을 피웠고, 앞산의 낮은 능선에는 생강나무 꽃도 피었다. 그리고 겨우내 마른 나뭇가지 같았던 매화도 이제 붉은 색 꽃을 피웠다. 이웃집 개나리는 작은 노오란 꽃을 담장위에 피워 올렸다. 봄은 이렇듯 순서에 따라 혹은 그와 관계없이 꽃을 피우는 중이다.
칸나는 붉은 꽃이다. 혼자 있을 때 보다 무리지어 있을 때 더 아름답다. 그리고, 햇볕에 한 뼘씩 더 자란 칸나가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온 몸을 맞아 휘청거리는 여름에 칸나는 더 아름답다. 그래서 시인은 시에서,
“행복하니? / 어제 소나기 맞아 휘청거렸지만 지금 난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 칸나가 보고 싶었다. 아련한 봄꽃이 지고 여름에 피는 꽃 중에 우리들 마음을 달뜨게 하는 꽃이 칸나다. 그 칸나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과 창구마을에 갔다. 지난 해 추운 겨울이 시작될 무렵 칸나를 캐내어 왕겨와 함께 잘 보관해두었었다. 포대자루 안의 칸나는 처음 캐내었을 때 그대로의 싱싱함이 묻어있었다. 흙을 팠다. 작고 큰 돌이 박혀 있었으나, 전날 내린 눈 덕분에 힘이 덜 들었다. 삽으로 흙을 파서 구덩이에 칸나를 심고 흙을 덮었다.
“이쪽은 무대를 만들어야 하니까 칸나를 심지 않는 게 어떨까요.”
지난 해 가을, 창구마을에서 ‘칸나음악회’가 열렸었다. 점촌성당 교우들과 마을주민들이 초대된 자리였다. 두 번째 음악회였다. 올해는 세 번째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칸나음악회’가 창구마을에서 두 차례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7, 8년 전, 퇴임한 점촌성당 사목회장 한 분이 창구공소를 관리해 오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 와서 청소도 하고 꽃을 가꾸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을 앞 큰 도로를 지나던 어느 할머니가 공소 앞 꽃밭을 관리하던 그에게 다가와 홍초(紅草)는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빨간 꽃을 보고 싶다고 했다. 홍초는 칸나를 일컫는 다른 이름이다. 그가 할머니에게 칸나는 없다고 했더니, 아쉬운 듯 쓸쓸히 등을 돌려 길 아래로 내려갔다고 했다.
그 해, 그는 할머니를 위해 성당공소 뒤 언덕을 개간했다. 그리고 칸나를 심었다. 다음 해 여름 꽃이 피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오지 않았다. 마을의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막연히 할머니를 기다렸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홍초가 없다는 말에 크게 아쉬워하던 할머니의 눈과 굽은 듯 쓸쓸해 보이는 등이었다. 몇 해가 지나서, 그는 가을에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할머니에게 저 붉게 핀 칸나, 아니 홍초를 맘껏 보여주고 싶었다.
세 번째 음악회를 맞이하는 올해, 그는 할머니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칸나, 즉 홍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칸나를 보는 내내 행복하기를 기도했다.
“매일 바라보는 일상이지만 조금씩 바뀌어 지는 풍경들이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 나는 정말 행복하다/ 너는 행복하니/ 칸나가 피어있는 내내 칸나는 행복하다.”
그래서 칸나를 심는 우리들은 행복하였다. 칸나가 피는 창구마을은 칸나가 피어있는 내내 행복으로 가득할 것이다. 시인이 노래한 저 싯귀처럼.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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