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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聖學)과 속학(俗學)

2017년 11월 17일(금) 17:12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학문을 크게 성학과 속학으로 나누어 본다면, 성학은 보다 고상한 것이고 속학은 다소 비속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성학은 성현이 가르친 학문, 즉 왕도(王道)의 학문으로서 동양에서는 유학(儒學)이 바로 성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속학은 천박하고 정도가 낮은 학문, 곧 세속의 학문을 일컫는다.

우리 역사에서 ‘성학’이란 이름의 작품을 남긴 대표적 두 학자가 있었으니, 퇴계(退溪) 이 황(李 滉, 1501~1570)선생과 율곡(栗谷) 이 이(李 珥, 1536~1584)선생이 그들이다.

퇴계 선생은 오랫동안 ≪성학십도(聖學十圖)≫라는 열 폭의 도해를 그려 68세였던 1568년 12월에 선조(宣祖) 임금께 바쳤다.

≪성학십도≫는 중국의 주희(朱熹)등 여러 학자들이 작성한 것을 수정 ‧ 보완하고 창작하기도 한 것으로서, ‘태극도(太極圖)’ ‘서명도(西銘圖)’ ‘소학도(小學圖)’ ‘대학도(大學圖)’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 ‘인설도(仁說圖)’ ‘심학도(心學圖)’ ‘경재잠도(敬齋箴圖)’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가 그것이다.

앞의 다섯 그림은 천도(天道)와 인륜(人倫) 및 덕업(德業)을 해설한 것이고, 뒤의 다섯 그림은 심성(心性)과 경외(敬畏) 및 인도(人道)를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7년 뒤인 1575년 선조 8년에 40세의 율곡 선생은 ≪성학집요(聖學輯要)≫라는 저서를 발표하였다.

고전인 ≪대학(大學)≫의 본뜻을 좇아서 성현들의 가르침을 차례대로 실어 인용하고 본인의 설명을 붙인 이 책자는 통설(統說), 수기(修己), 정가(正家), 위정(爲政), 성학도통(聖學道統)등 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성학은 자연의 원리와 법칙,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규범 등을 다루고 있음에 반해 속학은 현실과 실제, 그리고 실용과 편리 등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는 형이상학적인 도학(道學)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형이하학적인 실학(實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사회에 있어 학문연구나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 모두라고 하겠다. 오히려 사람이 살아가는데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더 밀접한 것은 성학 보다는 속학이라고 볼 수 있다.

성학은 속학에 비해 수준이 높고 내용이 어려우며, 현실과 거리가 멀고 준수하기가 어렵지만 속학은 현실적이고 실제적이며 이해하기 쉽고 활용가능 한 게 특징이다.

인간이 만들어 지키는 규범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종교의 교리와 도덕 ‧ 윤리는 성격상 성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법률이나 규칙 같은 것은 속학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법률이나 규칙은 준수하기가 가장 쉽고 도덕률은 조금 어려우며 종교교리는 가장 준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법률은 행동의 규범이고 도덕은 정신의 규범임에 대해 종교는 영혼의 규범이기 때문이다. 안정되고 질서적이며 건전한 사회라면 적어도 도덕까지의 규범은 준수되기를 기대하고 요구하게 될 것이다.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라는 말이 있다. 위로는 하늘의 원리에 통하고 아래로는 땅의 이치에 이른다는 뜻이다.

하늘의 원리를 성학이라 하고 땅의 이치를 속학이라 한다면, 이 말은 성학과 속학에 모두 통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무불통지(無不通知), 곧 무슨 일이든지 다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는 경지를 일컫는다. 옛날에는 이런 경지에 이른 사람이 더러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학문이 분화되고 전문성이 강조되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사람을 찾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70여 년간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 걸쳐 줄기차게 공부하고 연구하며 집필하여 왔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통달하지 못하였다. 혀로 수박 겉만 핥았지 속의 붉은 수박은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아 애달프고 속상하고 후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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