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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풍경

2017년 10월 20일(금) 18:12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이른 아침, 새재로 향했다. 점촌1동산악회와 함께 주흘산에 올랐다. 대궐터 샘에서 목을 축이고 나무계단을 밟았다. 힘겹게 걸음을 옮겨 고개 마루에 올라섰다. 내주흘과 주봉으로 갈라서는 능선이었다.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 단풍이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 이어졌다.

주봉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문경 큰마을의 지곡과 팔영마을을 품고 있는 주흘산 자락들은 아직 푸르렀다. 그렇지만, 곧 이곳뿐만 아니라 오정산, 단산, 성주봉, 운달산 그리고 포암산과 대미산, 조령과 신선봉 등 주변 산들은 가을의 단풍으로 붉게 물들 것이 분명했다.

산을 내려와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문경사과축제” 현장을 둘러보았다. 행사 첫날 적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무대에서는 초청 가수들이 분위기를 돋우고 길 옆 부스에서는 우리 지역농민들이 산과 들에서 수확한 사과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았다. 모두들 얼굴이 밝고 즐거워 보였다. 아마도, 지금이 청명과 풍요로 대변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은 사람들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가을은 그저 풍요로움에 들떠 있기엔 너무 짧다. 한 해의 끝자락에 있는 때문이다. 지혜롭고 부지런한 이라면 이때 쯤 내년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휴일, 한낮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마당으로 나왔다. 여름이 오기 전에 보관해 두었던 튤립 뿌리를 찾았다. 그리고 화단을 정리하고 튤립 뿌리를 심었다. 이른 봄에 튤립 꽃이 집을 화사하게 꾸며 주었던 기억이 생생했다. 빨강 노랑이 어울리게 피는 튤립 꽃은 봄꽃으로 그만이다. 튤립 뿌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깊게 심었다. 다가오는 겨울 땅속에서 추위를 견딘 뿌리는 싹을 틔어 내년 봄 다시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

얼마 전 성당(聖堂)의 교우 몇몇이 뜻을 모아 산북면 창구마을 공소(公所)에서 칸나 음악회를 열었다. 붉은 꽃들이 별빛과 어울려 초가을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었다. 홍초(紅草)라고도 하는 칸나도 튤립과 마찬가지이다. 내년에 다시 칸나를 보기 위해서는 추위가 오기 전 서둘러 뿌리를 캐내어 보관해 두어야 한다.

가을은 묵상(黙想)의 계절이기도 하다. 집 마당 한 켠에 오래된 감나무가 있다. 어느 때부터 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밤이면 마당과 길 위에 더 많은 낙엽들이 쌓였다. 그래서 아침이면 떨어진 나뭇잎을 쓸고 있다. 시인 안도현은 ‘가을엽서’라는 시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이렇게 표현하였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그는 매일 아침 쓸고 있는 저 낙엽을 보며, 우리가 가진 것을 세상에 나누어주기 위해서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명제를 끌어내었다. 한 여름 무성했던 잎과 그 잎으로 열매 맺은 풍요를 아낌없이 우리에게 나누어준 나무는 남은 잎마저 내려놓고 있다. 그 잎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다음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풍요와 나눔이다. 그래서, 시인은 시의 뒷부분을 이렇게 이어가고 있다.

“나도 그대에게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곧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다가오는 휴일, 다시 산을 찾고 싶다. 그리고 시인의 저 시(詩)처럼, 산에 물든 단풍과 낙엽을 보며 풍요와 나눔에 대해 묵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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