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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道人)과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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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19일(화) 17:02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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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도인은 도를 깨친 사람, 도가 트인 사람, 깨달음에 이른 사람, 도통(道通)한 사람으로서 도사(道士), 고승(高僧), 현자(賢者), 성인(聖人) 등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전해오는 옛 이야기에 의하면, 호랑이가 산길을 가는 사람을 만나 잡아먹으려 하다가 그 사람이 도인임을 알면 그 앞에 엎드려 꼬리로 자기등을 탁탁 치면서 올라타라고 하여 그를 태우고 목적지까지 비호같이 달려 데려다 준다고 한다.
절에 가 보면 벽에 백발의 도인 옆에 호랑이가 조용히 앉아있는 그림을 쉽게 볼 수 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선생은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안동(安東) 도산(陶山)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제자를 기르고 있을 때, 새벽 마다 호랑이를 타고 한양(漢陽) 궁궐로 가서 당시 임금이었던 명종(明宗)과 선조(宣祖)에게 아침 문안을 드리고 다시 내려와 집에서 아침식사를 드시곤 했다는 전설이 있다.
안동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268km이니 670리길이어서 현재의 도로망에서도 서울을 왕복하는 데 걸어서는 6일, 자동차로는 6시간이 소요되니, 퇴계 선생이 타신 호랑이는 자동차 보다 더 빨랐던 것 같다.
나는 군에 입대하기 위해 1958년 봄에 대학을 휴학하고 안동시 서후면(西後面) 태장리(台庄里)에 있는 신라시대인 672년에 의상국사(義湘國師)가 창건한 봉정사(鳳停寺)에 가서 도를 닦기 시작했다.
반년 가까이 거의 중 생활을 하면서 주지스님의 가르침과 염불 및 탑돌이 등을 하면서 도사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영장이 나와서 하산하여 속세로 내려왔다.
어느 큰 집 앞을 지나가는 데, 큰 개가 짖기에 가까이 가서 손을 내 밀고 “견공(犬公)인가! 내가 도인이로다”하였더니, 그 개가 엎드리지 않고 오히려 펄쩍 뛰어 내 손을 물려고 하기에 놀라 줄행랑을 쳐서 뒷골목으로 도망을 쳤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혼자 생각했다.
‘도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하고 실망했다가 또 한편으로는 ‘개 같은 미물(微物)이 어찌 도인을 알아보겠느냐? 호랑이쯤 되는 영물(靈物)이어야 알아보지 않겠느냐?' 하고 스스로 자위하기도 하였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호랑이를 타보았다는 도인을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도를 깨친 도인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지금 한반도의 산속에는 호랑이가 하나도 없고 만주의 장백산맥(長白山脈) 속에만 몇 마리 살고 있다고 하니 그를 만나기조차 어려울 것 같다.
오늘날 같이 사고와 범죄가 많고 분열과 분쟁이 빈번하며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아 재미없고 불안하며 삭막한 세상에 많은 도인이 출현하여 호랑이는 타지 않더라도 도술(道術)을 부리고 기적을 일으켜서 우리들에게 흥미로움과 신비로움을 선사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눈속임인 줄 알면서도 마술(魔術)이나 요술(妖術)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곡마단의 기예(技藝)를 보면서 즐거워하기도 한다. 많은 도인과 도사, 그리고 현자와 성인이 나와 정치와 행정을 수행하고 경제와 사회, 교육과 문화를 이끌어 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돼지와 개, 염소와 당나귀, 소와 말, 코끼리와 낙타는 타보았다. 그래서 끝으로 호랑이를 타고 한 번 달려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80세가 되기까지 속세에서나마 나름대로 학문을 탐구하고 수양을 닦으면서 진솔하게 살아 왔지만 언감생심 호랑이를 탈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살다가 가는 것 같다. 어쩐지 좀 허전하고 미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설혹 도인의 경지에 이르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탈 호랑이가 없어 도인임을 증명할 길은 없을 것 같다. 언제 동물원에 가서 사육사의 도움을 받아 호랑이나 사자의 등에 한 번 올라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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