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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물 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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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11일(금) 17:25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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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백수(百獸)의 왕이라는 사자가 늙고 아파서 누워 있으니 뭇 짐승들이 문병을 왔으나 여우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늑대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여우를 사자에게 맹비난하였다. “여우란 놈이 문병을 안 오는 것은 사자님이 늙고 병들어 힘이 없다고 무시하는 소치입니다.” 사자는 화가 나서 다른 짐승들을 보내 잡아오게 하였다.
잡혀온 여우에게 크게 화를 내면서 벌을 주고자 하였더니 여우가 이렇게 말하였다. “사자님! 노여움을 푸시고 제 이야기를 잠시만 들어주십시오. 말로만 문병을 백번을 한들 그것이 병을 고치는데 무슨 효험이 있습니까? 저는 그동안 용한 의사들을 찾아 좋은 치료법을 묻고 다녔습니다.”
이 말에 사자는 크게 감격하여 “참으로 기특하구나. 그래 무슨 특효약이 있다고 하더냐?”하니, 여우가 조용히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살아있는 늑대의 껍질을 벗겨서 그 김이 빠져 나가기 전에 그 껍질을 둘러쓰시고 계시면 곧 낫는다고 합니다.” 사자는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늑대를 잡아 그렇게 했다.
여우는 고소해 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불쌍한 녀석, 너의 고자질에 대한 대가이니라. 나에 대해 조금만 좋게 말했더라면 분명 다른 치료법을 댔을 거야.” ‘이솝우화(Aesop's Fables)’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남의 눈에 눈물을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있다. 여우의 눈에 눈물을 나게 한 늑대는 자기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는, 아니 자기 껍질을 벗기우는 고통을 당했던 것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요 자초불행(自招不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은 인간사회에서 자주 일어나는 항다반사(恒茶飯事)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가 있으니, 남의 눈에 눈물을 내게는 했으나 정작 자기 눈에는 피눈물은 고사하고 보통의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남은 울게 하고 자기는 웃으며, 남에게는 피해를 주고 자기는 영광을 누리는 일이다. 응보도 없고 정의도 없으며 사필귀정(事必歸正)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조선조 여섯 번째 임금인 단종(端宗, 1441~1457)은 왕위에 오른 지 4년 만에 숙부인 수양대군(首陽大君, 1417~1468)에게 쫓겨나서, 16세의 보령으로 영월(寧越) 청령포(淸泠浦)에서 죽임을 당하니, 단종과 왕비는 물론이고 사육신(死六臣)과 생육신(生六臣)을 위시한 수많은 사람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당시 금부도사(禁府都事)로 단종을 영월까지 호송하고 나서 귀경길에 오른 왕방연(王邦衍)은 다음과 같은 피눈물 나는 시조를 남겼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 내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 저 물도 내 안 같아여 울어 밤길 예놋다.” 그리고 저승에 계신 단종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피눈물을 흘렸고, 세월이 많이 흘러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나도 이 이야기를 읽고 울었다.
그러나 수양대군은 세조(世祖)라는 임금이 되어 13년간 왕좌를 누리다가 몸에 부스럼이 나서 약간 고생을 했으나 51세에 자연사를 하였고, 그를 도와 부귀영화를 누린 신숙주(申叔舟, 1417~1475)와 한명회(韓明澮, 1415~1487)는 천수를 다하고 죽었다. 구한말의 이완용(李完用, 1858~1926)은 나라를 팔아 삼천만 민족의 눈에 눈물을 나게 했지만 본인과 그 자손은 해방이 될 때까지 숱한 영광을 누렸던 것이다.
이들 모두가 저승에 가서는 올바른 판결을 받아 지옥에 떨어져 응분의 죗값을 치루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살아생전 이승에서는 피눈물은 고사하고 평범한 눈물도 흘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공평치 못한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세상을 한탄하고 신불(神佛)을 원망한다.
하늘의 섭리와 자연의 법칙이 인간사회의 불공평과 부당함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 이를 올바로 다스리는 길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법률과 도덕과 종교야 말로 바로 이러한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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