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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첩

2017년 07월 11일(화) 17:23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을 적기 위해 몸에 지니고 다니는 작은 공책을 수첩이라고 하며, 대부분의 사람이 이 수첩을 갖고 다닌다.

남의 전화번호, 가족의 생일과 기일, 계획이나 약속한 일, 수입과 지출에 관한 내용, 기타 기억하거나 참고해야 할 사항 등을 기록하여 필요할 때 찾아보거나 새로운 것을 적어 넣기도 하는 매우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이다.

사회생활이 복잡해짐에 따라 모든 것을 머리로만 기억하기는 무척 어려우며, 잘못하면 잊어버려 큰 실수나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총명한 머리 보다 둔한 연필이 더 오래 간다’는 격언이 생겨난 것 같다.

미국의 발명왕인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은 84년 생애동안 모두 3,400권의 수첩 또는 메모 노트를 기록했으니, 한 해에 평균 40권씩 기록한 셈이다.

가을에 추수한 다음에 논밭에 떨어져 있는 이삭을 낙수(落穗)라 한다. 옛날 농사가 없던 가난한 사람들은 이삭만 주우러 다녔고, 많이 모으면 몇 끼의 양식이 되기도 하였다. 사람도 살아가면서 뒷이야기를 남기게 되는 데, 이를 인생낙수(人生落穗)라 한다.

이러한 인생낙수를 버리지 말고 수첩에 잘 적어두면 이것도 뒤에 꽤 괜찮은 추억이 되고 가치 있는 유물이 되니, 이것이 바로 인생수첩(人生手帖)이 되는 것이다. 시인은 아름다운 것을 보면 시상(詩想)을 적고, 상인은 장사가 될 만한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기록하며, 농민은 농사에 필요한 사항을 적는다.

그리고 보통 사람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수첩에 적는다. 이러한 기록들은 사람이 살아감에 마음의 양식이 되고 인생행로에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고 지침이 되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위로도 받고 가끔은 반성도 하며 새로운 각오를 할 때도 있다. 사고를 살찌우고 행동을 바르게 하며 삶을 보람되게 만든다.

반야월이 작사하고 김영호가 작곡한 것을 박재홍이 노래한 ≪인생수첩≫이란 가요가 있다.

“가도 가도 아득한 인생길 눈보라길에/정들면 타향도 좋드라 친구도 사귈탓이라/구비 구비 고생구비 서로 돕고 의지해/부귀영화 바랄 것이냐 인정으로 살아가잔다.”

삶의 단편적 요소인 인생길, 타향, 친구, 고생, 상부상조, 부귀영화, 인정 등은 수첩에 적을 만한 단어들이며, 이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소박한 인간의 여정을 노래한 것이어서 아마 가요 주제를 ≪인생수첩≫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다.

가슴에 와 닿는 절실한 인생낙수의 가사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얻은 삶의 이삭, 곧 인생낙수를 종이 위에 적으면 인생수첩이 되며, 사람에 따라 이를 근거나 동기로 삼아 시나 소설을 만들고, 수필이나 평론을 지으며, 논문이나 저서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평범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지만 가끔은 훌륭하고 위대한 걸작이 나와 역사에 남는 업적이 되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 있어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 또는 큰 사건도 사소한 관찰이나 우연한 발상, 그리고 조그만한 인연에 의해 이루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기록을 시작했고, 학업을 마치고 사회활동을 하면서는 1년 단위의 수첩을 사서 항상 지니고 다녔다. 기념일자와 약속일자, 계획과 구상, 필요한 상식과 정보, 수입과 지출 등을 꼼꼼히 적었다.

한 해가 지나면 그 수첩의 기록사항을 집계하고 정리하여 연도별 통계로 보관해 왔다. 이것이 모여 나의 생애를 총괄하는 백서(白書)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기록의 명인(名人)’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삶이 활발할 때에는 수첩의 여백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쓰여졌으나 나이가 드니까 적을 일이 적어져서 공백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손에 힘이 있을 때 까지는 계속하여 인생수첩을 기록해 나갈 작정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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