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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와 공적

2017년 05월 31일(수) 09:43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기 욕망을 채운 사람은 후일 그 떳떳하지 못함을 메꾸기 위해 큰 공적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젊은 시절 한 때 방탕하고 탈선적인 삶을 살던 사람도 훗날 개과천선하여 모범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큰 업적을 남기는 사례도 많다. 정당한 절차로 어떤 자리에 오르고 오른 다음에도 훌륭한 치적을 남긴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롭지 못한 동기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도 아무런 좋은 치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가 될 것이다.

동서양의 인류역사에 있어 부당하고도 포악한 방법으로 정권을 쟁취한 사람이 허다히 많았지만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하나로 조선조의 수양대군(首陽大君, 1417~1468)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인 그는 조카인 단종(端宗)으로부터 왕위를 탈취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으며, 사육신과 생육신을 위시한 수많은 충신들을 죽이거나 고통 받게 했었다. 그러나 그가 왕위에 오른 기간(1456~1468) 동안에는 문치(文治)에 힘을 써서 국조보감(國朝寶鑑)과 경국대전(經國大典) 등을 편찬하고 훈민정음으로 법전의 역본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만년에는 회개하여 불교의 중흥에 힘쓰기도 하였다.

형제의 난을 일으켜 왕위를 차지한 태종 이방원(李芳遠, 1367~1423)과 형으로부터 왕위를 양보 받아 평생 마음의 부담을 느낀 세종대왕(世宗大王, 1397~1450)도 무리하게 왕위에 오른데 대한 보상의 차원에서 훌륭한 많은 업적을 남겼던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대에 있어 기업체의 가족 간 상속문제나 국가의 군사쿠데타 발발 등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자가 아닌 아들로의 상속이 이루어진 기업체나 쿠데타에 의해 정권이 넘어간 국가에 있어 혁혁한 경제발전과 국민생활의 향상으로 인해 상속과 쿠데타의 정당성과 합리성이 크게 인정되기에 이른 경우도 많았다.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시키게 되는 사례들이다.

떳떳한 수단이나 정당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그 결과가 반드시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불의의 수단이나 부당한 방법에 의해 추진된 일이라도 모두 나쁜 결과만 가져온다고는 할 수 없다.

선한 수단에 의해 선한 결과가 나오고 악한 수단에 의해 악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정의라고 할 수 있으며, 일컬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한 편 정당한 수단이지만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 못할 때에는 매우 실망스럽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로 표현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정의롭지 못한 동기나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추진하였지만 그 결과는 칭송받을만한 것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매우 놀라게 되고 이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필귀정의 길이 가장 바람직하여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사회는 반드시 그렇게만 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용두사미나 전화위복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나는 생애 전체로 보면 선한 수단에 선한 결과로 이어진 삶을 살아왔다고 자평할 수 있다. 학문연구와 사회활동 및 가계운용에 있어 남에게 지탄을 받을 부당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극히 부분적이거나 짧은 기간이나마 양심에 어긋나는 부끄러운 방법이나 수단을 동원한 경우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부앙불괴(俯仰不愧), 즉 하늘과 땅에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다라는 말은 감히 어렵지 않나 한다. 아무리 선한 결과를 가져온 일이라도 그 방법과 과정에서 남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는 것이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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