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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다 어디로 갔는가?

2017년 05월 22일(월) 13:35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나는 어렸을 때 용(龍)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자라면서 용과 관련된 만화․동화․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중국에서는 용을 기린․봉황․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이라 하여 영험한 동물로 숭상해 왔으며, 동양 삼국을 위시한 인도와 유럽 등에서는 오랫동안 신앙 숭배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리하여 용은 고귀하고 성스러운 의미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왔으니, 용왕․용궁․등용․용꿈․용상․용안․용봉 등으로 쓰이고 우리 태양계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을 일컫기도 한다.

어렵고 비천한 여건을 딛고 크게 출세한 사람을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하고, 처음은 훌륭하나 마지막은 좋지 않음을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한다.

용은 처음부터 용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뱀이 자라서 하늘의 기운을 받아 구름을 타고 올라가 용이 된다고 한다. 하늘에 오르다가 용이 되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 물속의 큰 구렁이가 된 것을 이무기라고 부른다.

이무기는 한자로 대망(大蟒) 또는 염사(蚺蛇)라고 하는 데, 용이 못된 이무기는 다시 천년을 기다려야 용이 될 기회를 얻게 된다고 한다. 이무기가 변하여 된 용을 사룡(蛇龍)이라 부른다.

용을 영어로는 드래곤(dragon)이라 하고 인도에서는 범어(梵語)로 나가(Nāga)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용 가운데 비늘을 가진 용을 교룡(蛟龍)이라 하고 날개가 있는 용을 응룡(應龍)이라 하며, 뿔이 난 용을 규룡(虯龍), 뿔이 없는 용을 이룡(螭龍)이라 한다.

한자의 龍자는 16획으로 되어 있는 데, 이것을 세 개 모아 한 개의 글자로 만들면 48획의 답(龘)자가 되며 용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용 자를 네 개 모아 하나의 글자로 만들면 한자 가운데 가장 많은 획수인 64획의 절( )자가 되며, 이는 말이 많다는 뜻을 가진다. 신비로운 용도 네 마리가 같이 모이면 말이 많고 시끄러워지는 모양이다.

인간 사회에 있어서도 뱀과 이무기와 용이 고루 존재한다. 가끔 용이 된 사람이 나타나 풍운을 일으키고 비바람을 몰아오기도 하며,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나 용이 되고자 애쓰는 이무기의 사람은 허다히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뱀으로 태어나 뱀으로 죽는다. 착한 용이나 선량한 이무기는 인간 사회에 도움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용과 이무기는 인간에게 큰 피해와 재앙을 주게 된다. 물론 뱀 가운데도 이로운 뱀이 있고 해로운 뱀이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뱀과 비교적 가까이 지냈다. 내가 살고 있던 마을의 산과 동리와 집안에 뱀이 무척 많았다. 나는 뱀을 무척 싫어하고 미워했다. 징그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개구리를 마구 잡아먹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뱀만 보면 때려죽이곤 했는데, 나중에 그 뱀이 커서 용이 된다는 말을 듣고는 자제했다.

특히 큰 구렁이를 만나면 부디 용이 되라고 하면서 그냥 보내주었던 것이다. 한 번이라도 용을 보고 싶었으나 하늘로 올라갔기 때문에 볼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을 때, 구름 위에서 나는 용을 찾았다. 지금까지 비행기를 많이 탔지만 구름 위나 구름 속에서 한 번도 용을 만나지 못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구 위에는 수많은 전류가 흐르고 비행기와 로켓이 나르며 인공위성과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위험한 지구 상공에 어떻게 용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이제 지구라는 행성과 그 상공은 용이 살 곳이 못된다.

아니 살 수 없는 곳이다. 신령스러운 용이시여! 이 지구상에는 당신의 아름다운 신화와 전설만을 남겨두고 멀리 있는 조용한 별로 가서 마음대로 조화를 부리며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소서.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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