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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사에서

2017년 01월 02일(월) 09:44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오랜만에 절을 찾았다. 시내를 벗어나 삼십여 분 거리에 있는 절은 고즈넉하였다. 안해와 함께 준비한 식수통에 물을 받고는 잠시 경내를 거닐었다. 아직 겨울의 체온이 닿지 않아서일까. 절 입구 단풍나무는 메마른 잎을 온전히 달고 서 있었다. 아마 한 겨울의 매섭고 날카로운 바람과 차가운 눈의 무게를 경험하지 않은 때문일 것이다.

경내 옆을 에워싸고 있는 큰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연한 갈색의 바위가 관음전의 검은 기와지붕과 비교되었다. 연한 갈색의 바위는 들뜨지 않는 가라앉음과 내려앉은 고요함으로 겨울 오후 산사를 한가롭게 하였다.

여름에는 푸른 잎들로 무성했을 나무들이 잔가지만 남은 채 바위 위에 서 있었다. 자신을 받쳐주었던 주위의 것들이 사라진 뒤에야 바위는 짙푸른 갈색을 버리고 홀연히 자신만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비교되지 않은 순전한 원형질의 모습이다.

흔히들 겨울의 금강산을 개골산(皆骨山)이라고 부른다. 낙엽이 떨어진 뒤의 산의 모습을 뼈(骨)에 비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그 이름은 금강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겨울의 모든 산들에서 우리는 개골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얼핏, 스산하고 황량한듯하지만 진정한 산의 아름다움을 저 겨울 산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요란스럽고 번잡한 주위와 이별하고서야 이처럼 원래 자신이 지녔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절 담에 바위 큰 게 붙어 있던데 알고 있었어요?”

절 주차장에서 안해가 왼편의 높은 절 담을 보고 하던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유심히 절 담을 보았다. 평소에는 무심히 담 위의 전각(殿閣)만 보고 지나쳤었는데, 높은 담 아래 바위를 비켜 담을 쌓아올린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겨울에는 이처럼 주변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것을 새롭게 보게도 한다.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시끄럽고 번잡한 주변을 떠나 산(山)과 산사(山寺)를 찾곤 한다. 그곳에서는 가라앉은 고요와 함께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과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을 찾았다. 추위에 발그레한 얼굴이 더욱 나이를 잊게 하였다. 스님과 차를 나누면서 문득, 한해가 지나가고 있음이 생각났다.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지난 시간들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새해에 가족의 건강과 다복을 기원하곤 한다. 그러한 염원은 옛 사람들로 하여금 입춘이 되면 대문과 문설주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춘첩(春帖)을 붙이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다. 세상의 조화로움과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기 위해 “세화연풍(歲和年豐),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글귀를 붙이기도 하였다.

이제 한해가 지나고 있다. 묵은 해의 다사(多事)와 다난(多難)은 옛 일이 되고 있다. 우리 곁에 새롭게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새로운 희망으로 준비되어 있다. 비록 다사다난한 한해가 되더라도 새해는 풍요와 따뜻한 화평(和平)이 우리를 기쁘게 할 것이다. 그것은 세화연풍(歲和年豐)으로 집약되는 희망이기도 하다.

절을 나섰다. 단풍나무와 바위 위의 나무들이 보였다. 지금 비록, 잎은 메마르고 맨가지만 남았지만 곧 새잎이 돋을 것이다. 그것은 묵은해를 지나 새해를 맞는 것과 같은 변함없는 자연의 현상이다. 다만, 겨울의 길목에서 지금 새해를 준비하고 있듯 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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