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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심판

2016년 12월 20일(화) 17:30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여러 종교에서는 하늘의 심판이 가까워졌다고 하며 지구의 종말이 멀지않다고 한다. 어떤 성직자는 주님이 강림하시어 현생 인류는 물론이고 그동안 죽은 자도 모두 부활시켜 함께 재판하여 상과 벌을 준다고 한다.

착한 자는 구제하여 낙원으로 보내고 악한 자는 불로 태워 지옥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잘하는 일이다.

불경에 보면 산스크리트어의 겁(劫,kalpa)이라는 시간단위가 있다. 한 겁은 천지개벽과 개벽 사이의 기간을 일컫는데 43억 2천만년에 해당한다. 지구가 탄생한지 45억년이 되었다고 하니, 개벽의 시점이 도래한 것 같고 따라서 심판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그런데, 산자와 죽은 자를 일시에 지상으로 불러 모아 심판을 하는 경우에 몇 가지 문제가 생겨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창세기에 아담과 이브가 창조되고 나서 약 6,000년이 지났고, 직립원인(直立猿人)이 처음 출현하고 나서 약 400만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 지구상에 태어나 살다가 죽은 사람이 약 160억명이라고 하니, 현생 인류 70억명과 합치면 물경 230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일시에 모두 지구상에 모인다면 먹고 마실 음식과 쉬고 잘 공간이 태반 부족하여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함께 만난다면 하늘의 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쌓였던 원한의 폭발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 것 같다.

희생당한 유태인들은 히틀러에게 달려가고, 시베리아에서 처형되거나 유배당한 자들은 스탈린에게 몰려가고, 일제시대의 독립군들은 이완용을 붙들고 늘어지며, 6.25의 희생자들은 김일성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반가운 사람 만나 회포를 풀기보다 한 맺힌 사람 찾아 원수 갚는 일에 더 열중함으로써 지구는 그야말로 개판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하늘의 심판과 관련하여 몇 가지 부탁 내지 소망을 심판주재자에게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는 심판의 기준과 준거에 관한 것이다. 하늘의 법도에 따라 재판을 하고 판결을 내리겠지만은 인간사회의 법도와 규범 및 관습 등도 함께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람은 생존시에 하늘의 법망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또 거기에 접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인간 사회에서 인간들이 만든 법률과 도덕 및 종교교리만을 믿고 따르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지구에서 착하다고 하는 것은 하늘에서도 착할 것이고, 인간세계에서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은 역시 하늘나라에서도 그렇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도(天道)와 인도(人道)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하늘이 추구하는 이상적 모습은 인간들이 추구하는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판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신자 가운데 신을 믿으면 반드시 천당이나 극락을 가지만 무신론자는 절대로 천당이나 극락 같은 낙원에는 갈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신자는 구제를 받아 낙원으로 들어가지만 무신론자는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해도 결코 그 곳으로 갈 수 없다고 말하는 성직자를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혹시 석가모니와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마호멧은 자기를 믿는 신자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렇게 할지 모르지만 하늘을 총괄하는 천주께서는 결코 그런 편향된 조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오히려 신자이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비신자보다 더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주지나 신부나 목사가 죄를 지었다면 보통 사람은 도저히 가볼 수 없는 가장 무서운 지옥으로 보내져서 모진 고통을 당하도록 해야 함이 옳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하늘과 지상의 세계를 정의롭게 만드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의 부탁은 심판의 무대이다. 산 자와 죽은 자를 동시에 한 자리에 모아 심판하는 것은 많은 무리와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므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당시에 살아있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심판하고, 기왕에 죽어 저승에 가있는 사람, 즉 혼령들은 천국에서 재판하는 게 옳을 듯하다. 죽은 자에 대한 저승에서의 재판은 선악의 정도에 따라 엄격히 구분하여 적절한 조처를 취하면 되지만 지상의 산 자에 대한 처리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등급에 따라 모두 천당․극락과 연옥․지옥으로 나누어 데려간다면 지구에는 아무도 없게 되므로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연옥이나 지옥에 갈 사람만 천국으로 데리고 가고 천당이나 극락에 갈 자격을 갖춘 사람은 그대로 지상에 두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산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도록 함이 옳을 듯하다. 이것이 하늘의 뜻과 인간의 소망을 함께 성취시키는 최선의 길이 아닌가 한다.

하늘에 계시는 천주께서는 우주만물을 창조한 다음에 천체의 운행과 만물의 생존이 자동적이고도 자율적으로 유지되게 하였다고 한다. 인간사회에 대해서도 완전한 자유와 자치의 권한을 부여하였기에 권선징악과 질서확립 및 정의구현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손쉽게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천주가 강림하여 산 자와 죽은 자를 한 곳에 모아놓고 심판을 내릴 날이 멀지 않다고 하는 종교인들의 말은 크게 신뢰할만한 것이 못된다. 그러나 인류가 용서 못할 대역죄인들로 타락하여 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하늘의 심판은 불가피하게 이루어질지 모른다. 이는 인간들이 스스로 자초한 최후의 심판이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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