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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치와 지방자치

2016년 09월 30일(금) 17:34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아주 건실하고 유능하여 많은 사람과 사회에 큰 도움을 주는 어떤 젊은이가 병이나 사고로 일찍 죽는 경우를 보면 무척 아깝고 애틋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왜 하늘은 늙거나 약하여 불필요한 사람은 그냥 두고 이렇게 유익하고 착한 사람을 일찍 데려가느냐고 종교지도자들에게 물으면 ‘하늘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데리고 갔다’고 대답하는 말을 듣기 쉽다.

이미 저승에 가 있는 수많은 영혼 가운데 똑똑하고 괜찮은 영혼이 숱하게 많을 텐데 구태여 하늘이 지구상으로 보낸 생령 가운데서 골라 일찍 소환한다는 것은 부당하고도 모순된 처사라 아니 할 수 없다.

히틀러라는 독일 사람은 두 번째의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나아가 200만의 유태인을 가스실에서 죽게 하였던 천인공노할 악질의 인간이었지만 그가 스스로 자살할 때까지 그에게는 아무런 천벌도 없었다.

소련의 스탈린은 수많은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죽이거나 고통 받게 했지만 독재를 누리다가 천수를 다하고 죽었다.

또한 북한의 김일성도 한국동란을 일으켜 민족상잔의 비극을 야기하여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음에도 그는 호의호식하며 살만큼 살다가 편안히 죽었다.

하늘이 있다면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성경과 십자가를 앞세우고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가 수천만 명의 원주민을 살해하고 영토를 차지하여 수백 년간 지배해온 유럽 여러 나라는 어찌 벌을 받지 않는가?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 가서 참배하고 기원을 드리고 오는 단체나 가족이 교통사고로 몰살당하는 경우는 누구의 잘못인가? 도대체 이렇게 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고 하늘의 작위(作爲)인가 하고 따져 물으면, 대부분의 종교지도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하늘은 우주만물을 만들어놓은 다음에 일체 불간섭주의를 취하여 지구상에 완전한 자치권을 부여하였다.”

하늘이 지구에 부여한 자치를 ‘지구자치’라고 부르기로 하자. 지구자치를 실시하더라도 특별한 경우에 있어서는 하늘의 관여와 통제가 있고 상과 벌이 주어진다고 하면 인간사회는 훨씬 더 질서 있고 도덕적으로 이루어지며, 따라서 지구자치도 그만큼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 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늘은 인간에게 완전한 지구자치를 허용하였다. 따라서 지구상에 어떤 사태가 일어나도, 무질서와 혼란이 야기되어도,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개판이 되어도 하늘은 전혀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채, 인간 스스로 정상적 궤도를 회복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살아생전 지상에 있는 동안은 하늘로부터 아무런 제재나 상벌도 받지 않은 채 완전한 자율과 절대적 자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지상 생활에 대한 하늘의 심판과 처벌은 사후 천국에서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위시한 대부분의 국가는 현재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다. 나라와 시대에 따라 지방자치의 체제와 제도 및 운영에 있어 조금씩 상이하지만 자치구역과 자치주민 및 자치권한을 중심으로 하는 기본골격에 있어서는 거의 동일하다.

지방자치에는 지구자치와는 달리 국가라고 하는 상급감독기관이 존재하고 있다. 자치권한이 태초부터 존재한 것이라고 하는 천부설(天賦說)과 국가로부터 주어진 것이라고 하는 국가부여설로 나누어 볼 때, 지구자치는 천부설에 가깝고 지방자치는 국가부여설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에 있어 국가, 곧 중앙정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치권한을 제한하고 지방자치단체를 감독한다는 제약이 있기도 하지만 지방자치를 지도하고 보호하며 재정적 지원 등을 통해 어려움을 덜어주기도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분쟁이 있으면 이를 조정하여 해결해주며, 지역 간에 심한 격차가 있으면 이를 균형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도 국가가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 보아도 국가는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지구자치는 지구 위의 인류가 주역이고 지방자치는 지방의 주민이 주체이다. 모두 다 사람이 책임을 지고 이끌어 가야할 제도이고 운명이다. 그래도 지방자치는 국가라는 보호벽이 있어 설혹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어떻게든 유지될 수 있지만 지구자치는 이러한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잘못되는 경우 극단적으로는 자멸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자치에 있어 인간의 역할과 책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우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다음에 하늘의 운명을 기다리고 신의 도움을 바라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를 견지함이 옳을 것이다.

안으로는 지방자치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밖으로는 지구자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국가와 세계, 민족과 인류가 오래오래 번성되기를 마음으로 다짐하고 하늘에 기원한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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