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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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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20일(화) 17:02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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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아침에 마당을 나갔다. 마당 한켠에 작은 텃밭이 있어서이다. 토마토가 여름 한 철 동안 그곳에서 부족하나마 열매를 맺어주었다. 하지만, 기온이 선선해지고부터는 꽃만 필 뿐 열매를 전혀 맺지 못하고 있다. 토마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작은 텃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추도 그렇다. 올해 고온과 가뭄 때문에 고추는 제대로 크지를 못했다. 흙이 신통찮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처음 모종 때와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식탁에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였다. 그나마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 것은 호박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호박잎이다. 감나무 아래에 싹을 틔워 자란 호박잎을 따서 매일 식탁에 올렸다. 뒷마당의 호박은 그대로 두어 가을의 수확을 기대했다. 호박잎은 식성이 까다로워진 어머니와 아침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안해에게 좋은 먹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곧 찬 바람이 불면 열매를 맺지 않는 저 호박도 정리를 해야 할 터이다.
여름은 풍요로운 가을을 위해 애쓰고는 자신의 자리를 내었다. 자연의 이치겠지만 저들도 오고가는 때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들어진 토마토 하나를 뽑아버렸다. 뽑힌 줄기를 보며 잠시의 인연에 감사한 마음을 보냈다.
텃밭에는 몇 년 전부터 자라고 있는 나무가 있다.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올 해 초,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 부부가 모과나무라고 했다. 그제서야 나무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어느 때 버렸던 모과가 싹을 틔웠던 것이다. 담장 밑에 무성하게 자란 돼지감자도 그런 경우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모과나무는 좁은 터에 자라는 게 부담스럽고, 돼지감자는 번식력이 지나치게 강해 아무 곳에나 자라고 있다. 직접 계획하고 마련하지 않은 인연과의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 맞은편에는 작은 화단이 있다. 봄에는 꽃들이 차례로 핀다. 가장 먼저 피는 꽃은 홍매화다. 한 겨울 몸속에 묻어둔 붉은 기운을 밀어내듯 꽃을 피우는 매화는 봄의 시작이며 그 자체로 절정이다. 피는 듯 지는 듯 아련해지는 뒷마당의 산수유는 이른 봄 아무도 찾지 않은 야트막한 산 중턱에서 언제 피는지도 모르게 지는 그것처럼 어쩌면 제 운명 같다. 개나리가 핀 뒤에 가장 화려하게 피는 철쭉과 연산홍은 지고나면 처연하다. 그때쯤이면 지금 여름이 다한 것처럼, 봄도 때가 되어 여름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그때에 꽃에 주었던 시선은 텃밭으로 가고 이제 텃밭마저 시선을 거둘 때가 온 것이다. 시절 인연이 그런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듯이, 이처럼 미소(微小)한 작물에게도 오고가는 때가 분명하다. 올 봄, 작물들을 텃밭에 심으면서 나름대로 수확의 풍성함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더구나 직접 씨 뿌리지 않은 그것들과는 더 그렇다. 하지만 때가 되어 내게 온 인연이 그러하듯 그들은 그들대로 고마운 존재들이다. 토마토는 작고 볼품없지만 붉게 익어가는 모습에 아침이 즐거웠었고, 작고 매운 고추라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쓸모없이 버려진 모과와 돼지감자에게서 여전히 생명의 씨앗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귀중한 교훈이었다. 덕분에 겨울 돼지감자에 대한 수확의 기쁨을 기대할 수 있음은 소소한 즐거움이다.
우리들은 순간순간 맺어진 인연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 흔히들 사람들과 힘든 관계에 이르면 악연(惡緣)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악연은 없다. 한 마음 돌리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을 듯하다. 오늘 아침 뽑아버린 토마토에 보낸 저 감사한 마음처럼, 부족하지만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해하는 마음이라면 언제라도 인연은 새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시절 인연임에야.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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