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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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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29일(금) 13:55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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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상처를 주었다. 내 말이 그에게 아픔이 되었다. 날선 칼에 베어진 여린 풀잎에서 진액이 스며 나오듯 그의 입에서 정제되지 않은 말이 나왔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말이 나에게 전달되었지만 깊이 들어가지 못하였다. 그것은 그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나는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위로가 되었다. 단지 그것으로 그가 위안을 받았으면 했다.
그에게 상처를 준 날 저녁, 술을 마셨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너그러운 표정과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평소보다 더 많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이렇게 되뇌었다.
“그래, 원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 따뜻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인거야.”
그날 밤 깊도록, 그가 받았던 상처의 깊이만큼 나는 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그가 못마땅하였다. 사람과의 관계가 굴곡지기 마련이듯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와 마주칠 때면 언제나 웃음이 먼저였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그렇게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일의 특성상 한번 씩 보고 말 뿐이었는데, 다만 인사로써 안부를 대신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때였다. 그의 어긋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내 속에 들어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그에게서 보았는지 모른다. 싫어하고 미워하던 부정적인 자신의 편린들이 엿보일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씨앗이었다. 그 작은 씨앗에 싹이 트고 입이 돋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씨앗은 씨앗에 머물지 않았다. 조금씩 나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를 볼 때마다, 나무에 물을 주듯 모르는 사이 씨앗을 키우고 있었다. 무표정과 닫힌 마음은 씨앗을 키우는 충분한 자양분이었다.
작은 씨앗이 무성한 나무가 되기 전 잘랐어야 했었다. 그냥 내버려 두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쏜 화살이 과녁을 향해가듯, 세치 혀에서 나온 말은 칼이 되었다.
며칠이 지났다.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 기간 동안에 마음을 다 놓지 못한 듯 베어진 여린 풀잎이 진액을 내듯 여전히 아파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나는 다시 아파했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기도하기로 했다. 그의 상처가 아물어 원망하는 마음을 어서 거두기를 소망했다. 그런데, 마음은 여전히 편해지지 않았다. 무언가 남아 있었다. 기도만으로 부족했다.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 뒤에 올 교훈을 살펴보았다.
문득, 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가 떠올랐다.
“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
(허공에 법의 비가 가득한데/ 사람들의 그릇에 따라 그 이익이 채워진다.)
결국은 이것이었다. 지금의 이 상황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법성게의 저 글귀처럼 모든 것들이 우주에 가득한 하나의 법비라면, 분명 여기에 내가 얻을 이익이 있는 것이다. 더하여 내가 가진 그릇에 따라 그 이익의 크기도 달라진다. 그 이익은 교훈을 찾는 일에서 비롯될 듯하다.
그때의 작은 씨앗을 무표정과 닫힌 마음이 아닌 웃음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았다면 그 씨앗은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 작은 씨앗을 정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기도해야 할 대상은 그가 아니다. 이미 그의 아픔은 지나고 있고 곧 치유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 안에 있는 작은 씨앗들을 살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나를 위한 기도이다.
거실에 앉았다. 여름 한 낮의 더위가 어둠에 가라앉고 있었다. 내 안에 있는 작은 씨앗들을 들여다보며 한동안 밖을 바라보았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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