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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암정

2016년 07월 19일(화) 20:02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칠월이 중반을 넘어섰다. 계속되는 폭염주의보로 사람들이 무더위에 지치고 있다. 그 사이에 여름 꽃들이 곳곳에 피고 있다.

능소화는 골목 담장에 널어져 피어 있고 연꽃은 연못 위에 고개를 내밀었다. 자귀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월방산 아래 잿봉서 마을 병암정 앞 배롱나무에도 어느 새 붉은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잿봉서는 행정구역으로 호계면 봉서2리이다. 고개, 즉 재 너머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봉서(鳳棲)는 마을이름이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월방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였다.

솔숲이 마을의 허(虛)한 등을 보(補)해주고 기암과 괴석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보호수로 지정된 일백 여년이 넘는 소나무가 마을 뒤 병암정(屛巖亭)에 그늘을 드리우며 대단한 위세로 서있다.

병암(屛巖)은 정자 뒤의 바위가 아홉 겹으로 둘러진 병풍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조선후기 우리지역의 유학자였던 병암 김현규(1765~1842)은 이곳에 정자를 지어 글을 남겼는데, 그의 병암정기에는 그 풍경이 이렇게 묘사되었다.

“산봉우리가 우뚝하여 아홉 겹으로 둘러져 세상을 벗어나니 자연이 만든 병
풍이다. 그윽하여 성(城)처럼 높지만 드러나지 않고 우뚝한 봉우리들은 서로
손을 잡고 인사하는 모습이다.“

비록 정자에 가려져 병암을 제대로 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도 병암은 성곽처럼 높으나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바위들은 서로 손을 잡듯 인사하는 모습이 그때와 다름이 없다.

정자 앞 소나무는 위세 있게 덮은 푸른 솔잎의 위용(威容)으로 보는 이의 눈을 맑게 한다. 그래서 병암정 마루에 앉으면 청량함이 느껴진다. 여름이면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워 푸른 소나무 곁에서 청홍(靑紅)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배롱나무가 일부 베어져 옛 정취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정자를 지은 김현규는 17세기 우리 지역의 유학자인 부훤당 김해의 6대손이다.

그는 이곳의 풍광에 마음을 두어 여러 채의 집을 지었다. 병암정기(屛巖亭記)에서 그의 마음이 엿보인다.

“진심으로 이 산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 바위를 기이하게 여겨 우거진
숲을 개간하고 그 아래에 흙집을 지어 수십 년 동안 살았다.”

그의 병암집(屛巖集)에는 이곳에 지은 여러 채의 집 이름에 대한 기문(記文)이 실려 있다. 집 주변에 오동나무와 대나무를 심고서 오죽재(梧竹齋)라 하였고, 산의 이름을 빌어 봉서헌(鳳棲軒)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기문(記文)의 내용만으로 그와 같은 집들이 병암정과 같은 장소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그가 이곳에 터를 잡고 여러 채의 집을 지어 평생을 살았던 것은 주변의 어느 곳보다 풍광이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병암정은 1832년 그의 말년에 지었다. 그는 이 정자를 지으면서 무릇 이곳의 아름다운 승경에 대한 완상의 즐거움이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정자 옆 연못에서 한가하게 자연을 감상하며 스스로 돕고자 하였다.

지금, 잿봉서 마을은 훌륭한 자연경관과 유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앞으로 우리 문경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의 기대가 적지 않다. 어쩌면, 그 옛날 이곳을 사랑했던 한 유학자의 마음과 뜻에서 잿봉서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이다. 이때에, 병암정 마루에 앉아 저 푸른 솔잎을 바라보며 눈을 맑게 해 볼 일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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