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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2016년 05월 06일(금) 09:06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휴일 찻사발 축제장을 찾았다. 축제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몇 곳의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전시장에는 훌륭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지난해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전시품들 중에 생활 자기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가격도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저렴하였다. 아마도 축제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애를 쓴 듯하였다.

그런 노력은 새재를 찾는 누구에게나 판매하도록 축제장이 아닌 제1관문 밖에 생활자기 및 저가품 판매 부스를 만들은 데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또한 행사지원 부스를 매표소 바로 앞에 두어 관람객들에게 가장 빠른 봉사와 불필요한 잡음과 혼란을 없애려고 한 부분도 예년과 달라진 모습 중의 하나이다.

‘2016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대한민국 최우수축제이다. 이 축제는 지역민들에게는 자긍심이 되고, 국민들에게는 관람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축제가 되고 있다.

사실 도자기와 관련된 축제는 경기도 이천과 여주 그리고 전라도 강진 등 많은 도시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문경만은 도자기가 아닌 ‘전통찻사발’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 명칭으로써 일반 도자기축제와 차별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옛 우리 조상들과 같이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방식으로 만든 차(茶)와 관련된 기물(器物)들 위주로 전시 판매하는 축제의 특징을 가장 함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차와 관련된 기물에는 다기(茶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잠시 옛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공간을 들여다보자. 방안에는 찻상 위에 찻잔과 차를 우려내는 다관 그리고 수구와 퇴수기가 놓였을 것이다.

그리고 손님의 시선이 닿는 곳에 사방탁자가 있고 그곳에 백자 장호 또는 각병 등 그 방에 맞는 여러 가지 형태의 도자기들을 얹어 두었을 것이다. 물론 예쁜 화병도 운치 있게 올려 졌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손님과 주인의 시선이 머무는 창문가 문갑(文匣) 위에 올려 진 백자 달항아리가 아니었을까.

그 달항아리 하나만으로 둥근 보름달이 걸린 것처럼 온 방안을 밝혀 주었을 것이다. 말없이 차 한 잔을 마시는 그 사이의 적적한 공간을 달항아리가 충분히 채워주었을 듯하다.

그런 달항아리를 미술사학자였던 혜곡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라는 명저(名著)에서 이렇게 표현하였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그러나, 이 달항아리가 미술품 전문가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다면 그의 찬사는 한갓 말뿐인 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 교토에는 ‘고려미술관’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의 설립자는 재일교포였던 정조문(鄭詔文)이라는 사람이다.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 태어난 그는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한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초등학교 학력뿐이었지만 사업수완이 뛰어난 덕분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토의 고미술상가를 지나다 쇼윈도에 놓인 백자 항아리를 보고 그는 그 순간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우리 고미술품의 가치를 알고 전 재산을 들여 일본에 있는 고미술품을 수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헐고 그 자리에 지은 ‘고려미술관’은 지금 일본에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건대, 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교토의 쇼윈도에 놓인 조선 백자 달항아리와 최순우가 표현한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날이 저물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다른 곳과 달리 큰 작품을 위주로 전시한 어느 작가의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문 앞 가까이에 백자 달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찬찬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기원하였다.

지금 열리고 있는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내년에는 ‘대한민국 대표축제’ 가 되기를.

곧 해지고 달이 뜨겠다. 가슴에 달항아리를 담아 축제장을 나왔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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