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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사람은 다른 동물과 같이 먹어야 산다. 먹기 위하여 사는 사람은 없지만 살기 위해서는 누구나 먹어야 한다.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신진대사의 법칙은 모든 생물이 생존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맛과 영양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이러한 요건을 갖춘 음식을 충분히, 곧 배불리 먹어야 한다.
음식의 종류를 크게 나누면 자연식과 가공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 데, 자연식은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아니한 식품, 곧 자연계에 있는 저절로 생긴 식료를 말하고, 가공식은 어떤 첨가물을 사용하여 사람이 제조한 식품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자연식을 많이 먹고 부자는 가공식을 주로 먹는다.
나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먹을 것이 거의 없었다.
일제시대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해방 이후에도 늘 배가 고프고 먹는 것이 입에 맞지 않았다.
몸이 허약하고 성장이 늦었으며 학교 운동장에서 영양실조로 쓰러져 입원까지 한 일도 있었다.
그리하여 주린 배를 채우려 산과 들과 강에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닥치는 대로 먹었으니, 이른바 자연식품들이었다.
그 때 주로 먹었던 자연식품들을 여기 나열해 보고자 한다.
◦ 주곡류- 쌀, 보리, 밀, 콩, 팥, 수수, 옥수수, 메밀, 율무, 녹두, 도토리, 감자, 고구마
◦ 채소류- 배추, 무, 호박, 박, 오이, 가지, 파, 마늘, 고추, 미나리, 냉이, 고사리, 참비름, 두릅, 고비, 취나물, 콩나물, 돋나물, 깻잎, 호박잎, 스무나무잎, 가죽나무잎, 씀바귀, 고들빼기, 배추뿌리, 들깻잎
◦ 과실류- 수박, 외, 사과, 배, 살구, 감, 대추, 밤, 복숭아, 딸기, 오디, 앵두, 은행, 도토리, 다래, 머루
◦ 특용류- 버섯, 도라지, 더덕, 칡, 쑥, 마, 면화, 땅콩, 아카시아꽃, 진달래꽃, 죽순, 송구, 질경이, 호박씨, 해바라기씨
◦ 동물류- 소, 돼지, 토끼, 멧돼지, 염소, 오리, 개구리
◦ 어족류- 고등어, 조기, 오징어, 낙지, 멸치, 새우, 명태, 잉어, 은어, 장어, 메기, 쏘가리, 붕어, 가물치, 모래무지, 미꾸라지, 송사리, 게, 가재, 골뱅이, 굴, 조개해삼, 미역, 다시마, 김, 파래, 말
◦ 조류- 닭, 오리, 꿩, 참새, 계란, 메추리알, 메뚜기, 누에나방, 벌꿀
◦ 광물류- 샘물, 산천수, 약수, 빗물, 고로쇠, 흙, 공기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종류의 것들을 맛으로도 먹었지만 주로 배가 고파서 먹었다.
닥치는 대로 구해서 먹었으니, 가끔 식중독에 걸리기도 했으나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대부분 자연의 것을 구해 먹었지만 간혹 남의 것을 훔쳐 먹다가 주인에게 들켜 혼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런 형편이어서 당시에는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거의 반 정도가 병에 걸려 죽었다.
어떤 사람은 가난했을 때 먹었던 음식을 싫어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어나 나는 반대로 그 때의 음식을 줄곧 즐겨 먹는다.
그래서 지금도 손칼국수, 수제비, 팥죽, 조밥, 보리밥, 민물매운탕, 떡, 산나물, 갱식이, 메밀묵 등을 무척 좋아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하듯이 아마 체질이 자연식으로 굳어진 듯하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내가 비싸지 않은 평범한 음식을 좋아해서 대접하기가 쉽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어렸을 때 죽지 못해 먹었던 이들 자연식의 대부분이 사람 몸에 좋은 영양제이자 보약이라고 하니, 80수에 가까운 내 나이에 아직도 건강하다는 소리를 듣는 까닭이 바로 어릴 때 먹었던 이들 자연식품에 있지 않았나한다.
이런 의미에서 산자수명한 문경 농촌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신불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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