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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과 칭송

2015년 10월 16일(금) 16:34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사람들은 부탁하고 부탁 받으며 상호 교류하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청탁, 요구, 청원 등과 같은 의미의 부탁은 남에게 의뢰하는 것, 또는 남에게 당부하여 맡긴다는 뜻의 단어이다.

부탁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니, 금전과 관계된 것으로는 금전차용과 보상문제 및 신상보증 등이 있을 수 있고, 비금전적인 것으로는 인사청탁과 허가사항, 민사 및 형사사건의 해결, 행사 역할담당과 원고 집필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부탁 가운데는 나 혼자 능력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관(官)이나 제3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처리될 수 있는 것이다.

부탁을 받았을 때는 그 부탁을 수용하여 처리하고자 노력하는 경우와 그 부탁을 거절하여 아예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부탁을 받아드려 처리할 용의가 있음을 보이더라도 그 결과는 부탁대로 성취된 경우와 되지 않는 경우로 나누어진다.

따라서 부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탁한 것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로 갈라지게 된다. 이러한 여러 경우를 간단히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와 부탁을 거절하는 경우의 둘로 나누어 볼 때, 문제는 부탁한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부탁한 대로 일이 잘 처리되었을 때, 그 일을 처리해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고 칭찬과 칭송을, 때로는 존경심까지 드리는 것은 정상적이며, 반대로 부탁을 거절당했을 때는 그 상대방을 원망하고 비난하며 때로는 심한 욕까지 하는 데 이 역시 일반적이고 정상적이다.

그런데 특수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남의 부탁을 잘 처리해 주고도 비난을 받는 사례와 반대로 남의 부탁을 거절하고도 칭송을 받는 사례이다. 부탁을 받았던 사람의 입장에서 앞의 사례는 매우 억울하고 괘씸한 일이고, 뒤의 사례는 매우 놀랍고 다소 미안한 생각을 들게 하는 일이다.

이들 여러 경우를 식사 대접과 비교해 보면, 남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거나 대접해야 할 때 하지 않아 지탄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접을 하고도 욕을 먹거나 무시를 당하는 경우와 대접하지 않고도 칭송을 받는 경우는 극히 예외라고 할 수 있다.

공직에 나가는 사람에게 그의 선배가 하나의 교훈을 주었다. “부탁이나 청탁을 잘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거절하고도 그 사람과 멀어지지 않고 모함이나 비난을 받지 않는 처신을 하라는 말이다. 부탁을 들어주면 많은 경우 위법이나 부당함을 범하게 되고, 부탁을 거절하게 되면 원한을 품고 해악을 끼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부탁, 특히 무리한 청탁은 받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부탁을 받았을 때는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할 수 길을 모색하는 수고는 아끼지 말아야 함이 온당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부탁한 사람에게 해결불가능의 사유를 소상히 설명함으로써 충분히 이해하게끔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 중요한 원칙은 부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어떠한 대가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탁한 일에 대해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열성을 다 해 힘썼다는 것을 알게 된 청탁자라면 결코 그 상대방을 욕하고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사람에게 부탁을 하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다. 매우 모호한 태도를 취하거나, 또는 부탁을 받아 놓고 아무 노력도 안하고 시간만 끄는 사람이다. 이것도 하나의 중도적 방법이다.

부탁이나 청탁이 없는 세상이 가장 좋겠지만 실제 그런 인간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문제는 부탁하는 사람과 부탁 받는 사람의 사고와 처신에 있다. 부탁에도 정도와 배려가 있어야 하고, 거절에도 인정과 예의가 있어야 한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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