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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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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31일(금) 17:24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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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저는 이 이름이 좋은 것 같은데….”
며칠 전부터 첫 딸의 작명을 고심하던 직원의 말이었다. 출산 전부터 작명과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가 지은 딸의 이름이 궁금했다.
“연꽃 하(荷)에 숨을 은(隱), ‘하은’이라고 지었어요.”
이름을 말하는 그에게서 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오래 전 첫 아들의 이름을 짓던 때가 생각났다.
사실, 아들의 이름은 새로 짓는다는 것보다 이미 주어진 이름을 보충하는 의미가 더 컸었다. 성(姓)은 동래가 본관인 정(鄭)이고 가운데 이름, 즉 돌림 이름이 빛날 휘(輝)였다. 그래서 한 글자만 지으면 되었다.
아버지는 첫 손자의 작명을 아이의 아버지인 당신의 아들에게 양보하였다. 돌림 자(字)인 휘와 어울리는 글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명 책을 구입해서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책은 기존의 작명 방식과 다르게 설명하고 있었다.
동양의 고전 성명학이 한자(漢字) 이름의 획수의 조합으로 결정된 것과 달리 부르는 소리, 즉 한글 획수의 조합에 의한 작명 방식을 중요시하였다. 그것은 한자를 사용하는 동양권에 국한된 기존 성명학의 한계를 해소하는 의미가 컸다.
그래서 한글로 적을 수 있는 모든 이름들은 그 방식의 틀에서 무엇이든 작명이 가능하였다. 맑을 재(渽)를 붙여 휘재로 하였다. 그러나, 굳이 그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책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부르기 좋고 무난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 당시 유명한 연예인의 이름도 그와 같았다. 책은 별 문제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그런데, 처갓집에서 제가 지은 이름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아버지로서, 첫 딸을 위해 고심해서 지은 이름인데 장인어른이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은’이라는 이름을 속으로 불러 보았다. 전혀 부담이 없고 자연스러웠다.
“괜찮은데요. 아빠 성하고도 잘 어울리고요.”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좋다고 하였다. 다른 이들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오랜 옛날부터 성명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주역을 완성한 공자도 명정언순(名正言順)이라고 하여 이름을 바르게 하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바르게 된다고만 하였다. 예기(禮記)에서도, “아들의 이름을 지어 줄 때는 나라 이름으로 짓지 않으며, 해와 달로 짓지 않으며, 질병의 이름으로 짓지 않으며, 산과 강의 이름으로 짓지 않는다.”라는 작명의 원칙만을 기록해 놓았을 뿐이다.
일을 하다보면, 공문에 기재된 검사와 수사관들의 이름을 가끔 보게 된다. 그 이름들의 공통된 특징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이름들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이름들이 우리 주변에서 부르는 이름들이다.
공직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름에 대한 작명은 부르기에 부담이 없고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것이 우선이다. 더하여 이름을 짓는 사람의 마음이 이름의 주인에게 잘 전달되어 그의 말과 행동이 이름에 맞게 바르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공자의 명정언순(名正言順)처럼 말이다.
연꽃은 진흙과 같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면서 고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또한 멀리 있어도 향기는 더욱 맑다. 그래서 연꽃은 숨어 있는 은자(隱者), 즉 고결한 선인(仙人)들과 학자들의 벗이 된다. 굳이 드러내지 않고서도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맑은 향기를 전해주어 찾아오게 하는 향원익청(香遠益淸)은 연꽃의 큰 덕(悳)이다.
하은(荷隱)은 그런 의미에서 서로의 글자가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며칠이 지났다. 출근하는 직원의 표정이 환했다.
“장인어른도 승낙을 하셨어요. ‘하은’이로 신고했어요.”
연꽃 같은 아이가 진흙 같은 세상에 망울을 내밀었다. 이쁘게 피기를 바란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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