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여행
|
|
2015년 07월 10일(금) 13:48 [주간문경] 
|
|
|

| 
|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아버지, 지금 경주에요.”
지난달에 군복무를 마친 아들의 전화였다. 아들은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부터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동생과 함께 한다고 하기에 쾌히 승낙을 하였다.
스무 살 무렵, 찬란한 때에 그들만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열흘 전부터 형제들은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여행지와 코스를 짜나갔다. 그리고 머무를 곳과 먹을 것을 서로 추천하며 결정하였다.
동선을 한 시간 단위로 또는 더 세분화할 것을 권유했다. 꼼꼼한 계획들이 더 알뜰하고 살뜰한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준비한 만큼 만족하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인다. 그래서, 경주와 부산 그리고 순천과 여수, 전주와 서울을 돌아보는 6일간의 여행 일정이 짜여졌다.
“그런데, 이번 주에 장마가 올라온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여행을 하루 앞두고 아이들이 날씨를 확인하고 걱정을 하였다. 더구나 태풍이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과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의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때로 의도한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연말 호주 출장 때였다.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 예정된 일정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가이드 없이 무작정 시드니 시내를 걷기로 하였다. 차를 통해서만 보던 오래된 건물과 번화한 거리에서 낯선 이역을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로 열한시간이 넘는 생면부지의 곳에서 그런 일이 가능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차표를 끊어 지하철을 탔다. 그래서 시드니의 지하철은 이층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윽고 저 멀리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의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그 불빛들을 바라보며 오페라하우스 아래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마셨다. 비로소 대한민국을 떠나 호주 시드니에 있음을 실감했다.
비 때문에 다소 힘들고 짜증이 날 수 있겠지만 그게 여행이다. 어쩌면, 그런 여행을 통해서 그들은 더욱 돈독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두 형제는 같이 있어왔다지만 정작 함께 하지는 않았다. 집에서 하나는 형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동생이었지만, 사실은 각자로 존재하였다. 그들이 형제로 함께 하였던 때는 아득하거나 몇 되지 않았을 것이다.
첫날은 경주라고 했다. 그래서, 여행의 들뜸과 설렘에 마냥 좋기만 할 것이다. 둘째 날, 부산의 감천마을과 태종대를 터벅터벅 걸으며 비로소 힘들어할 것이다. 저녁, 광안리 해변이 바라보는 식당에서 어느 누구가 먼저 위로의 말을 나눌지 모른다. 어쩌면 그때부터 그들은 서로가 형제임을 느낄게 될 것이다.
셋째 날이다. 새벽 일찍, 순천행 열차를 타고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여수로 가서 저녁에는 일명 ‘여수 올빼미 야경투어’를 할 것이다. 비로소 여수 앞바다가 보이는 포장마차에서 홍어삼합에 소주를 곁들이며 여행의 고단함을 풀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눌지 모른다. 말하지 않았지만 말하고 싶었던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 것들은 답을 기대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듣고 끄덕여 주면 된다. 여수 앞바다의 불빛이 흐려질 무렵, 그들은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며 형제라는 사실에 어깨동무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다음 날 일정은 예정보다 늦게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뭐 대수겠는가. 이미 여행의 목적은 이루어졌지 않은가.
이번 주 토요일, 그들 형제는 전주와 서울을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다시 여행 전과 같은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여행은 그들에게 형제라는 이름의 영원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카톡~’, 사진을 받았다. 셀카봉으로 찍은 둘의 얼굴 표정이 짓궂다. 내 생각보다 빨리 그들은 이미 형제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010-9525-1807
|
|
|
|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간문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간문경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간문경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