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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시귀년(何日時歸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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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1일(화) 16:41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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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일요일 오후, 다시 망년우(忘年友)를 만났다. 그리고 여러 벗들도 함께했다. 오랜만이었지만 어제 본 듯 반가웠다. 모임의 좌장(座長) 겪인 최창묵 선생은 온화하면서 열정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17세기 우리 지역의 유학자 부훤당 김해의 문집을 국역한 후손 김의묵 선생과 주암정의 주인이며, 주암 채익하의 후손 채훈식 선생도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문경문화원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권영길 회장도 성성한 은발의 모습으로 자리를 하였다. 문학과 사람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안장수 국장도 함께 했다.
“벌써 몇 번째 모임인가요. 반갑습니다.”
몇 년 전, 주간문경에 부훤당 김해에 관한 글을 기고한 것이 계기가 되어 최 선생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후 이러한 만남이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겨울날 잠시 등에 내리쬐는 따뜻한 볕에 부훤(負暄)이라는 한자어를 만들어 아낀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최 선생은 빙긋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담양 소쇄원에는 애양단(愛陽壇)이라는 이름의 담장이 있어요. 따뜻한 날, 늙은 노모의 이를 잡아주기 위해 아들이 자기 머리에 기름을 발랐데요. 그리고 둘이 담장 앞에 해를 보고 앉아 머리를 기대었다고 해요. 그러면 노모의 머리에 있는 이가 아들의 기름 바른 머리로 옮겨가서 이를 잡았다고 하네요. 그때의 볕과 담장을 애양단이라고 붙인 거지요.”
옛 사람의 효도하는 마음이 이럴 지인데, 새삼 애양단이라는 이름이 감탄스러웠다.
문득, 신경림 시인이 지은 장시(長詩) ‘새재’에 나오는 ‘여우볕’이 생각났다. 여우볕은 눈이나 비가 올 때 잠깐 났다가 숨는 볕을 일컫는다. 그런 햇볕 한 조각 같은 여우볕이 그토록 간절하였을까. 시인은 새재 어딘가에 있다는 이상향을 ‘여우볕들’이라고 이름 지었다.
부훤과 애양 그리고 여우볕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고 안심하게 하는 공통점이 있다. 춥고 어두울 때 잠깐 비추어주는 저 볕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였다. 흥취가 오른 안 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이었다. 연극 ‘박열 의사’를 통해 중후한 목소리와 열정으로 배우로서의 타고난 자질도 이미 인정받은 그였다. 막힘없이 애잔하게 물 흐르듯이 한시(漢詩)를 낭독하였다.
“강벽조우백(江碧鳥逾白)이오/산청화욕연(山靑花欲然)이라/금춘간우과(今春看又過)하니/하일시귀년(何日是歸年)고”
중국의 시성인 두보의 시다. 이를 풀이하는 그의 목소리가 꽃 피듯 이어졌다.
“강물 푸르니 새 더욱 희고, 산 푸르니 꽃 더욱 붉구나. 올 봄도 이렇게 지나가니,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인가.”
오랜 타향생활에 지쳐있는데 어느 날 봄이 온 것을 보았다. 이렇게 또 세월은 가는데 고향으로 돌아갈 날은 언제인지, 두고 온 고향을 그리며 탄식하는 시인의 마음이 절절하다. 더하여 한시를 암송하는 탁월한 기억력과 젊은 그의 감성에 탄복하며 모두들 박수로 화답했다.
문득, 조금 전에 보았던 반재이 도랑의 풍경이 떠올랐다. 하얀 벚꽃들이 곳곳에 흩날리고 있었다. 분분(紛紛)한 낙화(落花)다. 며칠 뒤에는 곧 연두색 잎이 돋을 것이다. 봄꽃이 피고 지듯 지금 이 자리도 그럴 것이다. 봄날 오후의 한적(閑寂)을 흥겨움으로 보내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두보의 저 시의 결구처럼, 이렇게 되묻게 될지 모른다.
‘하일시귀년(何日時歸年) - 언제 다시 만날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런 아쉬움을 늦추고자 하는 이심전심 때문이었을까. 자리가 파할 무렵, 인연이 있는 다른 두 분이 더 찾아와주었다. 그리고 모두들 마음을 모았다. 연꽃 피고 자귀꽃 피는 칠월, 채훈식 선생의 정자 주암정에서 음악회를 열기로 하였다. 아, 그날이 언제 돌아오려나. 이제 정말 하일시귀년(何日時歸年)을 읊조려야겠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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