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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골목

2015년 03월 31일(화) 17:35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어느 날 안해가 저녁식사 후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겨울의 무료함에서 벗어나 새봄의 기운을 느끼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함께 산책을 제안했다. 단조로운 달리기보다 조금 걸음을 빨리하며 걷는 것이 좋을 듯했다. 무엇보다 오십대에 접어든 우리들에게 건강과 화목을 챙길 기회가 될 듯했다.

저녁을 일찍 먹고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에 있는 점촌동성당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점촌동 성당은 곧 설립 100주년이 된다. 높은 종각이 본당과 함께 한쪽 날개를 거느린 채 우뚝 서 있다.

독일인 알빈 신부에 의하여 설계되어 1949년 준공된 이 성당은 공평동에서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금 신자들이 출입하는 방향은 설계 당시에 뒷부분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반대로 뒤라고 생각하는 곳은 실제 성당의 정면에 해당된다. 그래서 남향인 실제 정면 마당에 있으면 따뜻하다. 그러나, 반대쪽 지금 정문으로 사용하는 곳은 겨울에 그늘이 져 춥다.

어느 날 밤, 정면에서 성당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장방형의 사각 기둥이 주상절리처럼 옆으로 퍼지는 듯한 모습이 마치 빛을 비추는 것처럼 보였다. 가운데에 가장 높게 세워진 십자가가 달빛을 받아 성당 전체를 밝히는 듯했다.

건축은 설계자의 의도대로 활용되었을 때 가장 훌륭한 건축물이 된다. 그래서 전면에 설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성당의 파사드[façade, 전면]를 볼 수 있기를 기도했다. 점촌1동사무소를 지나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잘려진 골목길 너머에 높은 교회 건물이 보였다. 점촌침례교회이다.

지역사람들에게 일명 돌교회라고 불리는 이 교회는 1957년에 준공되었다. 지금 60여년이 되어 가고 있다. 튼튼한 지대석에 굳건한 돌들이 반석처럼 받혀주며 교회 십자가를 받들고 있는 듯했다. 어렸을 때에는 이 건물 하나만으로 크고 넓게 보였으나, 지금은 부족하여 옆에 더 크고 높은 신축 교회건물이 세워졌다. 이 건물들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건축물이다.

교회 계단을 내려와 옛날 만물상회가 있던 골목길을 걸어갔다. 골목길이 끝나는 너머에 흥덕 삼거리가 추억처럼 서 있다. 굳이 추억이라는 표현을 한 이유는 아직 그곳에 이층 일본식 목조건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 안에는 오십 여 년 전 시집와서 평생을 살아온 칠십이 넘은 할머니가 살고 있다. 한결 같은 집에서 한결 처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점촌을 떠나 있거나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 건물은 비밀의 화원 같은, 오래된 추억의 앨범을 들쳐보는 그런 곳이다.

이 길 주변에는 근대 이후의 오래된 옛집들이 더러 남아 있다. 시민교회 언덕이 보이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어린 시절 추억의 마당들이 펼쳐진다.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의 마당 깊은 집을 뛰놀던 기억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골목은 추억을 회상하는 놀이터이다. 그 골목을 지나 옛 제재소가 있는 길로 들어갔다. 그때의 넓은 터는 이제 없다. 비만 오면 진흙이 질고 바람 불면 톱밥들이 날리던 그곳은 지금 어둠으로 적막하다. 그 어둠 너머로 오래된 목욕탕 굴뚝 기둥이 보였다. 이쯤에서 되돌아가기로 했다.

살펴보면, 지금까지 새로운 도로를 개설하면서 골목길이 적지 않게 훼손되었다. 그래서 열 걸음 이상 걸을 수 있는 골목길을 찾기 어렵다. 길과 함께 오래된 건물들도 사라졌다. 따라서 마을과 도시의 자취와 흔적도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 건물들 가운데에는 가치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옛 것을 찾고 있지만, 정작 보존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새로운 것과 함께 오랜 것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듯하다. 하여, 남아있는 건물들을 잘 보존하였으면 한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는 오랜 세월 변함없이 우뚝하게 서있는 저 고건축물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혼자 가야겠어요. 너무 천천히 걸어 운동이 안돼요.”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모습에 안해가 핀잔을 하며 먼저 가려고 한다. 초생달이 따라왔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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