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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0일(금) 17:29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오랜만에 청사 1층에 있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찾았다.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범죄피해를 당한 사람이 피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에서 고소, 고발 등 수사단서를 제공하거나 진술, 증언 또는 자료제출을 하다가 피해자가 된 경우에는 범죄피해 구조를 받도록 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로부터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보상을 받지 못하였을 경우에 국가가 피해를 보상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범죄와 관련된 책임이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이다. 밝게 웃는 담당 국장의 미소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참, 그때 피해자 부인의 그림 전시회는 어떻게 되었는가요?”

몇 년 전 겨울이었다. 연말 모임을 마치고 귀가 하던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길에서 고등학생 두 명으로부터 일명 ‘퍽치기’를 당하였다.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는 병원에 실려 갔으나 뇌출혈이었다. 가해자들은 구속이 되었지만 피해자는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해자들로부터는 피해보상도 받지 못하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

그 무렵,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는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구조금을 신청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여 치료비를 지원하였다. 또한 가족들과의 상담을 통해 어려움을 함께 하려고 노력하였다.

이후 센터에서는 범죄피해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치유프로그램인 자조自助 모임을 운영하면서 피해자의 부인이 현재 상황에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화가였다. 자조모임 이후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림의 소재가 벽이었다.

망망대해로 흘러야 하는 강물을 가로막는 절벽이 그림의 오브제가 되었다. 마치 자신에게 닥친 운명적 상황을 표현하는 듯 절박하게 보였다. 그녀의 마음들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져 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조모임과 더불어 힘겨운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과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시회를 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난 해 4월 법무부와 전국 센터연합회에서 주관하는 행사의 하나로 전시회가 기획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월호 사건이 생기면서 전시회는 연기가 되고 말았다. 그 후의 소식이 궁금해서 담당 국장에게 물어 본 것이다.

“예, 올 해 초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법무부와 센터 주관으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본인은 물론 모두들 만족한 자리였어요.”

전시회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고, 그림 중 일부는 판매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림이 밝아보였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표정이 밝아진 것이 큰 다행이라고 웃었다. 문득, 시인 도종환의 담쟁이라는 시詩가 떠올랐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중략...)/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詩 처럼 담쟁이 잎 하나로는 벽을 넘을 수 없다. 함께 이끌어 주는 다른 수 천 개 잎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 잎들은 주위의 관심과 배려이다. 그녀는 주위의 도움과 스스로의 의지로써 지금 그 벽을 넘어서고 있다.

오래지 않아, 아마도 그녀는 하얀 캔버스에 꽃과 사람 그리고 산과 강도 그리게 될 것이다. 아니, 그 옛날 어느 평온했던 일상처럼 언젠가는 붓을 놓고 마냥 쉬게 될지도 모른다. 벽을 넘어서는 일은 강물을 가로 막는 절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뜻한 볕이 센터 사무실로 들어와 창가 화분에 핀 꽃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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