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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2015년 03월 02일(월) 10:54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설을 쇤 다음 날이었다. 따뜻한 햇볕이 마당 깊게 내렸다. 거실에 앉아 등을 내밀어 볕의 온기를 받았다. 그 볕에 이끌러 마당을 나갔다. 겨울 내내 풍경 삼아 마당에 놓아둔 마른 꽃대와 풀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전지가위로 줄기들을 잘랐다.

마른 국화 줄기 더미 사이로 어린 싹이 보였다. 쑥이었다. 바위 옆에는 매발톱 잎이 땅에 바짝 붙어 동그랗게 말린 모양을 하고 있었다. 홍매화나무의 수많은 망울들은 고운 볕을 받아 붉은 꽃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살펴보니 움트는 싹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보지 않은 사이 봄이 온 것이다. 겨우내 묵었던 마른 풀들을 마당 한곳에 모았다. 대강 정리를 하였더니 마당이 제법 깨끗해 보였다. 상쾌한 마음이 들었다.

문득, 사람들의 걱정과 번뇌도 이처럼 무성한 풀들을 치우듯 쉽게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늦은 오후, 안해와 함께 가까운 절을 찾았다. 그리고 스님과 함께 차를 마셨다. 스님이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절 아래 마을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건강하고 마음씨가 좋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성실하게 살아왔다. 재산도 적게나마 늘러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부모가 상의도 없이 그 재산을 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했다. 늦게 그 사실을 알고서 그는 크게 상심하였다. 부모의 다른 뜻이 있었겠지만 그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에 그가 의지한 것은 술이었다. 주위의 걱정에도 아랑곳없이 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술은 상처를 더욱 키우고 가족들을 힘들게 할 뿐이었다. 아내는 술로 세월을 보내는 남편을 대신해 모든 일을 감당해야 했다. 지친 아내는 병이 들고 말았다. 암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났다. 이미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식들은 그를 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얼마 전의 일이었다고 했다.

“한때 마음을 되돌렸으면 가족들까지 힘들지 않았을 텐데….”
당사자의 운명도 안타깝지만 가족들의 아픔이 전해지는 듯해서 하는 말이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 처사도 자신이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그랬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집착하게 되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알지 못한다. 감정이 만들어낸 상황과 그가 이끄는 악순환에 계속 빠지게 된다. 영국 캠버리지 대학 출신의 승려 아잔 브라함이 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이 있다.

제목의 ‘술 취한 코끼리’는 술에 취해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코끼리를 자기 마음에 일어나는 분노, 즉 화에 비유한 것이다. 어쩌면 걱정과 번민을 총칭하는 말일 수도 있다. 부모가 상의도 없이 재산을 동생들에게 물러준 것은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화가 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하면 달라질 일이다. 화가 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 검사와 재판관의 역할에만 충실하려 한다. 분명 화의 상대방, 즉 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의 목소리도 내 안에서 들려오지만 애써 그를 무시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어 버린다. “아버지, 어머니가 잘못했어!”

부모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가족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발휘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잔 브라함은 ‘술 취한 코끼리’, 즉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자비(慈悲),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라고 했다. 자기를 분노케 하는 그 마음에 대항하지 말고 그 분노하는 마음도 자기이므로 사랑으로 대하라고 한다.

그러나, 순간순간 솟아나는 화를 정말 어찌할 것인가. 겨우내 묵어두었던 마당의 마른 풀들을 베어내듯 간단하지 않은 일임에야. 그래서 소망해본다. 새해에는 저 ‘술 취한 코끼리’와 대면하지 않게 되기를. 혹여 만나더라도 그를 자비로 대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렇게 말이다.

‘그래, 내 마음아. 그래, 내가 다 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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