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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하우스

2015년 01월 21일(수) 12:22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목요일 아침 청사 앞마당이 시끄러웠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였다. 밖을 보니 초등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젊은 직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재잘거렸다. 그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오늘은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픈 하우스가 있는 날이었다. 이는 검찰청사 견학을 통해 학생들의 준법의식을 고취시키고, 검찰업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친근한 검찰상을 구현하자는 뜻으로 매년 실시하는 행사이다.

올 해에는 예천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대상이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이층에서 바라보다가 아래로 내려갔다. 가까스로 아이들을 진정시킨 직원이 법정 견학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법원 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행사가 원만히 진행되는 듯 했다.

잠시 후, 대회의실에서 예정된 ‘검사와의 대화’자리가 마련되었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짐짓 인상을 부려도 계속 장난이었다. 준비한 햄버거와 과자 그리고 음료수들을 챙겨주자 잠시 조용해졌다. 친근한 모습의 검사가 앞에 나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여러분, 검사가 뭐하는 사람이에요? 맞춘 학생에게 상을 줄게요.”

상을 준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조사하는 사람요.”

“벌을 주는 사람이에요.”

“아니에요. 판결하는 일을 해요.”

아이들의 말은 다양했다. 하지만 답은 아니었다. 검사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검사라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함에도 이를 설명하는 검사의 말은 무척이나 낯설게 들렸다.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들에 대하여 범죄 혐의의 유무를 가려내고 유죄의 경우에는 법원에 기소하여 판결을 구하는….”

초등학생들의 기준에서 검사의 설명을 이해하려는 순간, 그 말들은 낯선 이국어처럼 들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전문용어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다시 산만해지는 듯 웅성거렸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설명은 답이 아닌 듯했다. 살펴보면, 죄 지은 자를 조사하는 경찰관과 이를 판결하는 판사의 역할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둘은 조사하는 사람, 벌을 주는 사람으로 쉽게 인식되어진다.

그러나, 검사는 이들의 가운데에서 중간자적 위치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사의 주재자로서 잘못을 가려내고 유죄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판결을 구하는 일을 한다.

다시 말하면, 검사는 경찰과 재판관의 가운데에서 수사와 재판이라는 두 가지 업무 모두를 관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검찰제도를 둔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이분법적인 유형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중간자적 역할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오랫동안 양변(兩邊) 보다 중간자의 역할을 중시하지 않은 우리 사회적 구조와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중도(中道)는 불교적 용어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옳은 위치에 서는 것을 말한다.

검사는 공간적 개념으로는 중간에 위치해 있다. 경찰과 판사의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은 중간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옳은 위치에서 정도(正道), 바른 길을 행함이다.

그래서 중도는 정도라고 불교에서 말하고 있다. 이를 형사소송법에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고 부른다. 어찌되었던,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검사의 역할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즉각적인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는 듯했다.

“저요, 저요”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은 검사의 다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분주히 손을 든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검사의 첫 질문에 답할 말을 찾으려고 혼자 애쓰고 있다.

“수사의 잘못을 가려내고 판결을 구하는 사람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요.”

어쩌면, 이것도 답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이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일의 중요성을 공감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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